하드웨어리뷰

미리어드 MI-120 인티

hifinet 2006. 7. 21. 22:49

미리어드 MI-120 인티

Posted by hifinet on 08/10 at 11:20 AM


남상욱(nam0617@korea.com) 2002-06-20 15:46:56

  • 출력: 60W/8OhmDVD
  • S/N 비: 104 dB
  • 입력: 6(Tape 1,2, CD, Video, Tuner, Aux, 포노단은 옵션)
  • 크기: 436 x 95 x 303mm
  • 무게: 8.5kg

    미리어드는 1995년 창립된 매우 젊은 영국 오디오 브랜드이다. 하지만 제품의 설계를 맡고 있는 크리스 에반스는 이전에 나드(NAD)사의 창립 멤버이고 그 후 아캄(Arcam)사에서도 일하는 등 영국 오디오 업계에서는 중견에 속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게다가 함께 일하는 크리스 쇼트는 모던-쇼트사의 소유주였던 인물이라고 한다. 영국 오디오 업계의 중견들이 모여 세운 회사이니 딱히 젊다는 표현을 쓰기는 애매한 회사이다.

    그래서 인지 젊은 회사 치고는 제품군도 다양해 MI120 인티 앰프와 이 앰프의 프리부와 파워부를 독립시킨 MP100(프리앰프), MA120(파워앰프), MCD 500, MC 100(CDP), MT100(튜너)등등을 생산하고 있다. 물론 각 제품은 하나의 컴포넌트 시스템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필자가 이 제품을 대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역시 디자인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간결하고 품위 있는 디자인은 WAF(Wife Acceptance Factor)에 충실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가격도 수입 인티앰프로는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이다. 대체로 오디오에 입문하는 이들의 연령 대를 생각해 봤을 때 디자인적 요소에서는 다른 앰프들 보다 좋은 점수를 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소리는 어떨까… 대체로 기존의 영국제 인티앰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소리였다. 부드럽고 편하지만 해상력 있거나 다이내믹이 뛰어난 소위 하이엔드적인 소리는 아니었다. 디자인 만큼의 참신한 소리를 기대하였던 필자로서는 실망이 제법 컸다. 물론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대로 미리어드는 새로운 회사 라기 보다는 기존의 인력들의 이합집산에 따라 생겨난 회사이므로 필자의 기대가 애초에 무리였을 수도 있다.

    실비아 맥네어와 앙드레 프레빈이 연주한 “Come Rain or Come Shine”(Philips 446 818-2)에서는 포커싱은 나쁘지 않아서 보컬과 피아노의 위치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었다. 입술의 움직임도 일정수준 이상 표현해 주었다. 하지만 저역의 반응 속도가 느려 핑크가 연주하는 콘트라베이스의 움직임과 음정 모두가 뭉개져 버리는 상황을 발생시켰다. 피아노의 중역도 약간 딱딱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소리는 나오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깊은 무대를 형성하는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뒤메, 왕, 피레스가 연주하는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DG 447 055-2)에서는 초고역이 쭉쭉 뻗는 맛을 없었지만 고역이 살포시 피어오르듯 재생되어 이쁜 소리를 내어 주었다. 왼쪽의 바이올린 오른쪽의 첼로가 넓게 배치되었고 피아노 역시 가운데서 뒤로 상당히 들어가 정갈한 무대가 구성되었다. 하지만 저역의 속도는 역시 문제 여서 피아노의 해상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저역 뿐 아니라 전반적인 반응이 느린 앰프였기 때문에 마치 목욕탕에서 녹음한 것 같이 울림이 많은 음반임에도 공간의 울림 많이 묻어 나오지 않았다. 다이내믹 역시 반응 속도에 결부되는 문제인데, 곡의 긴장도를 끌어 올리는 바이올린 패시지의 다이내믹이 제대로 표현될 수 없었다. 다이내믹의 부족함을 보충해 보기 위해 볼륨을 올려 보았는데 대 음량시 음상이 많이 흔들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쯤에서 잠시 음악과 오디오의 결합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음악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수천년 전부터 수많은 논의들이 있어왔는데 대체로 두가지의 견해로 압축될 수 있다. 하나는 음악은 논리적 구조물이라 주장하는 입장이고 하나는 음악은 물리적, 감정적 구조물이라고 주장하는 입장이었다. 논리적 구조물이라 주장하는 측은 인간의 사고 내에 존재하는 음악이 중요한 것이지 실제 소리로 흘러나오는 음악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반면 반대의 입장에 서있는 사람들은 인간의 사고내에 존재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그것이 실제 소리로 울려 나와 사람들에게 들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두 주장이 서로 세를 달리하며 수천년의 음악에 대한 담론을 형성해 왔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오면서는 이 두가지 주장을 통합시키려는 태도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음악은 물리적 현상인 음향현상을 논리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물리적 존재인 음과 논리적 존재인 음은 서로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 된다. 즉 물리적 존재인 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는 음악이 아니지만 논리적 사고에 따라 소리(sound), 와 음(tone)이 구분되고 다시 이 음에 조직될 때 음악이 된다.
    뿐만아니라 음악은 물리적 존재인 소리 없이는 정확한 존재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솔이라는 논리적 음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되기 때문이다.(플륫으로 연주되는 솔과 금관으로 연주되는 솔의 느낌을 생각해보거나 온도차에 따라 또 공간의 차이에 따라 같은 솔이 얼마나 달라지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 문장의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무엇이 소리이고 무엇이 음인가에 대한 기준은 시대를 달리하며 계속하여 변화되어 왔고 갈수록 음의 영역이 넓어지는 양태를 지녔다. 그리하여 지금은 주변의 일상에 존재하는 소리들도 음악적 음으로 사용되어 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현대로 들어올수록 음과 소리의 기준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장황한 이야기 였는데 정리를 해보자면 우리는 음악을 통해 조직된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리에서 질서를 발견하거나 어떠한 논리, 어떠한 정서(emotion)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발견된 질서나 논리 또는 정서는 소리를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왜 이러한 이야기를 여기서 하는가를 잠시 설명하여야 할 것 같다. 필자가 들은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의 연주는 상당히 다이나믹한 연주이다. 뒤메와 왕이 주고 받으며 클라이맥스로 올라가는 패시지의 연주는 머리를 쭈뼛하게 세울 만큼 강한 인상을 주는데 이것은 패시지를 연주하며 점차적으로 쌓아나가는 음악적 긴장감과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다이내믹한 패시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음반의 특징이 미리어드 인티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다이내믹 구사에 심각한 약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미리어드 인티로 이 음반을 처음 들은 분은 분명 이 음반은 그리 다이내믹한 연주가 아닐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저 평범한 연주정도로 생각하고 별 인상 없이 다른 음반들과 함께 묻힐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어떠한 기기로 음반을 재생하는 가는 중요하다. 어떤 분들은 기기가 무엇이 중요한가.. 그저 음악만 들으면 되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듣는 것은 일차적으로 소리이며 그 소리들을 가지고 2차적인 정보를 구성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무 기기로나 음악을 듣는 것을 마치 진정한 음악애호가의 태도인 마냥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연주자가 생각한, 또 음반의 프로듀서가 생각한 바로 그 소리를 접할 때 우리는 진정 완성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기기를 소위 음악성 있는 기기라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 역시 문제가 있는 표현이다. 위에서 주장한대로 음악성이란 연주자와 음반의 프로듀서가 생각한 그 음악을 그대로 재생해 주는 것이다. 그저 편하게 별 생각없이 음악을 듣게 하는 것은 음악성이 아니라 BGM성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음악은 편하게 피로를 풀기 위해 들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본연의 모습은 절대 아니다. 작곡가와 연주자 음반의 프로듀서가 주장하는, 표현하는 소리와 그들의 질서를 듣는 것이 본래의 음악감상이다. 이러한 감상은 절대 편하게만 이루어질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편하게 음악을 들으려면 방송시작 30분전 텔레비전을 키고 컬러바와 함께 나오는 음악을 작게 틀어놓고 들으면 딱일 것이다.

    잡설이 길어졌는데 불편하셨던 분들은 양해 하시고 다음 음악으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다음으로 들은 음악은 코지안이 지휘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RR-11CD)이었다. 스테이지 형성은 그런대로 좋았지만 역시 다이내믹과 저역의 움직임은 아쉬움을 주었다. 악기간의 분리도나 각각의 음색은 나쁘지 않았지만 팀파니의 롤링이나 금관의 강력한 연주와 함께 나오는 곡의 클라이 막스는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들은 “Big Band Basie"(RR-63CD)에서도 역시 동일한 문제를 나타내었다. 악기들이 스피커 뒤쪽으로 깊이 있게 자리를 잘 잡았으나 드럼의 하이햇의 표현이 매우 딱딱하고 자극적이었고 많이 튀어나왔다. 이러한 현상은 반응속도의 차이로 인해 킥과 같은 다른 드럼과의 재생속도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베이스가 주도하는 리듬의 표현 역시 매우 불만스러운 부분으로 나타났다.

    다만 구동력의 측면에서는 그들의 자랑인 좋은 전원트랜스 때문인지 상당한 능력을 발휘하여 던텍의 높이 180cm짜리 스피커를 어느 정도 구동하는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힘 좋고 잘생긴 하지만 별 실속은 없는 놈이라고 할까…외모를 중시 여기고 BGM으로 집에 음악을 흐르게 하는 것으로 만족하시는 분이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시청기기

  • CDP: BOW ZZ-8
  • Speaker: Piega P2, Duntech D400 Regent
  • Interconnectors: SuperConductor 1.5m
  • Spk Cable: Cello Strings#3 2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