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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액 태블릿 50 시그너처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6. 8. 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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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acherna@hifinet.co.kr) 1997-03-01 03:12:41

요새 많은 오디오 애호가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ProAc (Professional Acoustic)은 Stewart Tylor가 주재하는 영국의 스피커 전문 메이커. 무게가 6.5kg인 소형 북셀프 타입의 Tablette에서 133kg에 이르는 거대한 3웨이 가상 동축형 스피커 Response 4까지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크기에 관계없이 발표하는 스피커마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ProAc의 사운드는 밝고 생동감 있는 음색, 현장감 넘치는 음장 재현, 그리고 힘있는 저역으로 특징 지워지며 종래 British Sound를 대표하던 Rogers, Spendor, Harbeth 같은 BBC 모니터 스피커 계열의 침침하고 느긋한 분위기와는 뚜렷이 구별되고 있다.

필자의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나무 궤짝에 스피커 유닛을 몇 개 달아놓고 통에 구멍을 뚫은 종래의 전통적인 영국제 스피커는 현대 오디오의 발전 속에 이미 설 곳을 잃었다. 디테일과 다이내믹스 그리고 순간 응답의 결여는 현대 스피커로서의 존재에 치명적이다. 음악성? 뭔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호두나무 궤짝 안에 혹시 음악의 신이라도 들어 있단 말인가? 나올지도 안 나올지도 모르는 귀신을 위한 궤짝치고는 너무나도 비싼 투자를 강요하는 스피커가 많았다.

그리고 그러한 메이커들 중 상당수가 타 메이커에 합병, 매수되어 가는 추세이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올바르게 설계된 스피커라도 지속적인 개량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B&W라든지 지금 소개하는 ProAc은 모범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겠다.

Tablette 50 Signature 스피커는 동사의 대표적인 소형 스피커로 1979년 발매 이래 5만 여대의 판매를 올린 Tablette의 최신 버전이다. 제품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 구성 : 2 way 2 speaker (Bass Reflex Type)
  • 크기 : W165 X H280 X D228 mm
  • 무게 : 6.5 Kg
  • 유닛 : 우퍼 12.7 cm
        트위터 2.0cm
  • 재생 주파수 대역: 35Hz - 30Hz
  • 임피던스: 8 옴
  • 능률 : 89dB/W/M
  • 미국내 리스트 가격 : $1700

    작은 스피커

    이름에서 풍기는 분위기처럼 Tablette은 대단히 작은 스피커다. 소형 스피커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세팅이 용이할 뿐 아니라 정밀한 음장재현이라는 측면에서도 유리하지만, 저역 특성에서의 물리적 특성한계 (저역의 뻗침, 다이내믹스 축소 등.....)는 어쩔 수 없다. 고성능 소형 스피커의 원조 격이라고 할 만한 Tablette 스피커의 오리지널 모델은 작은 크기에 어울리지 않는 강력한 저역 재생과 탁월한 음장재현으로 “LS3/5A를 능가하는 유일한 초소형 모니터"라는 격찬을 받았으며, 비슷한 사이즈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게 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소형 스피커의 컨셉을 이해하고 타협점에 공감하는 감상자라면 이 정도 사이즈의 스피커로도 충분히 음악적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발매 이후 15년만에 등장한 Tablette 50에 이르러서는 바로 전 모델인 Tablette III에서 11.43cm였던 우퍼의 크기를 12.7cm로 확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뒷면에 개방된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도 두 개로 늘려서 저역 재생 한계를 43Hz에서 35Hz로 끌어내리고 있다. 그 결과인지는 모르겠으나 발표된 능률 수치는 결코 낮지 않으며, 비슷한 크기의 스피커를 압도하는 것이다.

    Tablette 50의 세부 개선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Tablette 50 Signature 모델은 금속제 phase plug가 달린 Seas사의 특주 우퍼를 채용하여 소형 스피커의 저역 특성 개선에 집착하고 있다. 상급 모델인 Response 1과 2와 마찬가지로 Scan-Speak사의 fabric dome 3/4 inch 트위터가 사용된 것은 이전 모델과 동일하다.

    프로악의 스피커들은 트위터가 우퍼 중심축 위에 있지 않고 약간씩 비껴 있다. 트위터가 안쪽으로 향하도록 세팅하는 것이 제작자의 의도라고 한다.

    스피커 단자는 바이와이어링 대응의 바인딩 포스트, Rhodium 도금이 된 정교한 만듦새, 그리고 적절한 크기로 케이블을 연결하기에 매우 편리하다. Signature 50 모델은 이름에서 짐작되듯이 Stewart Tylor의 사인이 새겨진 금속 패널이 뒷면에 부착되어 있다.

    프로악 모시기

    ProAc에서는 Target의 스탠드를 추천하고 있으나 편의상 Mission 751 speaker 전용 스탠드를 사용하여 세팅하였다. 날카로운 스파이크가 달린 묵직한 스탠드로 스피커의 성능을 살리기에 무리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뒷벽과 양 옆 벽으로부터 적어도 1m가량의 공간을 띄울 수 있도록 유의하였고, 스피커의 뒤쪽 벽에는 Sonex Pannel을 써서 흡음처리하였다.
    시청에 도움을 준 컴포넌트와 악세사리는 다음과 같다.

  • CD Player: Wadia 21 (Mark No.331에 직결)
  • Amplifier: Mark Levinson No.331(Power Amp.)
  • Krell K-300i (Integrated Amp.)
  • Interconnect Cable: XLO 2.1 Signature
  • Speaker Cable: Transparent MusicWave Super
  • Power Cords: XLO Reference Type 10
  • Power Conditioner: Tice Power Block II

    시청평: 매끄러운 음색, 풍부한 울림

    The Hunter/Jennifer Warnes (Private Music)

    중역대의 풍부한 울림이 귀를 번쩍 뜨이게 한다. 목소리가 매우 쉽게 빠져 나오는 것을 보니 역시 능률은 나쁘지 않다. 음조의 밸런스가 적당히 밝아서 생동감이 있고 즐겁게 들린다. 일렉트릭 기타와 색소폰의 음색에는 기분 좋을 정도로 살짝 반짝이는 여운이 붙는다. 제니퍼 원스의 목소리는 촉촉하다기보다는 물기가 배제되어 약간 허스키한데, 부드러우면서도 나긋한 목소리에는 감상자의 가슴 깊이 다가오는 호소력이 있다.

    보컬은 정확히 스피커의 가운데에 정위하며 음악 공간의 미니어처가 눈앞에 펼쳐진다. 입이 약간 크고 음상이 다소간 앞으로 나온 듯한 기분도 들지만 결코 공격적이지는 않다. 베이스 기타 소리가 줄이 보일 정도로 또렷이 그리고 가늘어지지 않게 들리는 점에 주목한다. 어떻게 들으면 중간 저역대를 전체적인 균형이 깨지지 않을 정도로 조금 부풀린 것으로 여겨진다.

    저역의 디테일과 해상도의 높이는 분명히 스피커의 사이즈를 뛰어 넘고 있다. 베이스 기타의 현실감 넘치는 재생과는 크게 대조적으로 드럼의 소리는 단조롭고 울림이 대단히 표층 적이어서 아쉽다.

    Chick Corea / The Works (ECM)

    강렬하다기보다는 실내악 적인 아늑한 분위기...
    음의 모서리는 둥글고 거칠음이나 날카로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재즈의 재생. 하지만 역시 드럼의 무성의한 울림새에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 크기의 스피커에서 감상자를 누긋하게 감싸고 방안의 공기를 품어 움직이는 깊은 저역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소리의 어택이 약하고 사그러짐도 신속하다기보다는 느슨하여 어설프다. 저역 재생의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히 합격이지만, 음의 순간 반응에 있어서는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역시 전통적인 영제 스피커들과 유사한 면이 엿보인다.

    색소폰이라든지 일렉트릭 기타 같은 악기는 역시 유연하고 무난하게 재생하며, 결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약간 앞으로 튀어나온 음상 덕분에 현장감이 더욱 배가된다.

    Beethoven / Sonata No.21 in C Op.53 “Waldstein
    Stephen Kovacevich (EMI Classics)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피아노 소리. 여기에는 Wilson Audio, Thiel등의 몇몇 스피커에서 들을 수 있는 Steinway의 수정처럼 투명한 음색이나 유리알이 굴러가는 듯한 준민한 반응은 없다. 대신에 해머와 강철 선이 부딪히는 그 순간을 잡아내어 들려주는 ProAc 특유의 피아노 사운드와 타건의 리드미컬함이 인상적이다. ProAc의 피아노 소리가 인상적이라고들 평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부분 탓이 아닌가 싶다. 충실한 중저역 재생 탓으로 왼손 건반을 얼버무리는 스피커들과는 확연히 다른 풍모를 드러낸다. 저역의 음정이 대단히 명료하며 탄력이 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실감하지만 스피커의 외형적인 크기에서 받는 느낌과는 달리 여위지 않은 풍부한 중저역을 들려주는 점은 Tablette 스피커의 큰 장점이다. Tablette의 대단히 안정된 밸런스는 감상자의 귀를 거슬리지 않으며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

    Moussorgsky-Ravel / Pictures in Exhibition
    Antal Drati / Minneapolis Symphony Orchestra (Mercury Living Presence)

    복잡한 오케스트레이션을 이 작은 스피커 하나로 하나하나 풀어내는 것을 듣고 있으면 현대의 소형 스피커 제작 기술의 발전상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디테일이 좋아서 음악의 내용을 필요하다면 원하는 만큼 세부적으로 들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만하지 않다는 것이 놀랍다. 해상도가 우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분석적으로 파헤쳐 내는 타입은 아니다. 깊은 저역은 확실히 없다. 하지만, 중간 저역대를 타겟으로 한 교묘한 밸런스 튜닝 탓으로 저역의 부족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 고역의 경우는....?

    고역도 우수하다. 소프트 돔으로서의 장점, 예를 들면 모나지 않은 매끄럽고 부드러운 음색, 우퍼와 이질적이지 않은 울림새 등은 물론이며 Focal의 유닛을 사용한 Acousic Lab의 Bolero정도는 아니더라도 달콤함과 화려함까지 어느 정도 겸비되어 있다. 상급기인 Response 1s와 비교한다면 한층 현대적인 소리. 더욱 섬세하고 산뜻하다. ProAc 사운드는 착실히 진보하고 있다!

    고역의 뻗침을 이야기한다면 끝부분이 완전히 열려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소리의 여운이 아스라하게 사라져 가는 공간감이라든지 화성적으로 풍성하면서 우아한 울림을 내어주지는 못한다. 게다가 중간 저역과는 대조적으로 중역 부분은 살짝 티 안 나게 눌러 놓은 듯하여 송진가루가 떨어져 나가는 듯한 활의 마찰이나 피치카토 때 퉁겨지는 현의 리얼한 울림까지는 기대할 수 없었다.

    음장은 거대하다기 보다는 정교한 편이고 혼란스럽지 않게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수준을 달성하고 있다. 관현악의 거의 모든 악기 음색을 잘 재현해내고 있지만 역시 큰 북, 심벌즈 같은 타악기 소리 재생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울림이 깊었으면 좋겠다.

    Wadia21의 음량 버튼을 누를 때마다 정확히 반응하여 주는 필자의 스피커인 Dynaudio Contour 2.8과는 달리 Tablette는 고운 목소리를 위해 성량을 아끼는 인상이 든다. 절대로 비명을 지르지 않으며 음상이 튀어 나오거나 음조의 균형이 무너지거나 하는 일도 없다. 하지만 능률이 좋은 스피커라고 해서, 큰 음량을 기대한다면 곤란하다. 이 사이즈 스피커로서는 다이내믹스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Harbeth LS5/12A 혹은 Acoustic Energy의 AE 1같은 스피커와 비교하면 한 수 아래라고 생각된다.

    Kodaly / Sonata for Solo Violin Cello Pieter Wispelwey (globe)

    악기보다 훨씬 조그마한 Tablette이 들려주는 첼로 소리에는 공명통에서 울려 나오는 풍부한 실체감이 결여되어 있다. 이런 사이즈의 스피커로 첼로 소리를 즐길 수 있다고 주장하면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첼로 음악을 즐기는 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음정의 명료함, 음색의 일관성이라는 부분에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듯. 바로 앞에 첼로가 놓여져 있기를 기대하는 감상자에게는 몰라도 연주회장에서 은은하게 울려 나오는 첼로의 분위기는 충분히 내어줄 수 있다. 과연 어느 것이 올바른 음악 감상자세일까.

    Primo Tenore / Luciano Pavarotti (Decca)

    “정말 무난하다"라는 표현이 딱 알맞다. 앞으로 음상을 밀어내면서 자극적인 소리를 내지 않을까 우려했었지만, 정평 있는 Scan-Speak 트위터답게 때문에 하이 C에서도 절대로 귀를 쏘지 않는다. 물론 감상자를 압도하는 엄청난 성량이라든지 트럼펫과 같이 번쩍이는 테너의 음색을 기대하는 오디오 파일에게는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대 위의 분위기, 감정의 기복, 발음의 명료함 등 음악의 내용을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으며 그런 선택을 한 제작자의 설계 의도에 공감할 수 있다.

    결론: 클래식 음악에 맞게 잘 다듬어진 소형 스피커

    클래식 음악 재생에 있어서의 Tablette의 장점은 실내악은 물론이고 현대 관현악 곡까지 무난하게 소화해낸다는 것이다. ProAc의 스피커들은 구동력이 좀 떨어지는 앰프를 연결하여도 수준 이상의 소리를 내어 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몇몇 악명 높은 스피커들처럼 저역이 뭉개지거나 혹은 가늘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음색이 좋은 진공관 앰프를 권하는 사람이 많다. 다음 기회에 적당한 진공관 앰프를 시청하면서 프로악과 재회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도록 노력하겠다. 모든 스피커가 완벽할 수는 없듯, 분명히 Jazz나 Rock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다. 쉽게 쉽게 소리를 내어주는 것은 좋지만 큰 음량을 바라고자 하면 생각만큼 잘 따라주지 않으며 꽤 출력이 큰 앰프로 드라이브하여도 스윙하지는 못한다. 음의 모서리가 둥글게 마무리되어 일렉트릭 기타의 예리함이나 날카로움도 순화된다. 드럼의 소리도 순간 응답의 측면에서나 다이내믹스의 측면에서 규모가 축소되어 있어서 아쉬움을 안겨준다. 다만 일반적으로 묻히기 쉬운 베이스 기타 소리가 의외로 또렷이 들리는 것은 시청 시간동안 큰 즐거움이었다. 매우 잘 제어된 명료한 저역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할 정도만큼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Tablette 소리의 본질은 다이내믹스가 축소된 대신에 얌전하고 온화한 소리를 내어주는데 있다. 페이싱이나 비트를 필요로 하는 요란한 음악을 울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만일 이러한 부분에 욕심이 나는 분에게는 Platinum Audio의 Solo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수한 소형 스피커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중에서도 Tablette처럼 롱런 하면서 사랑을 받아온 스피커는 없다. 스피커 발매 당시 라이벌이었던 BBC 모니터 LS3/5A는 근래 들어 생산 중단과 재발매를 반복하고 있으나 현대적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여 조만간은 사라져갈 것 같다. 이와는 달리 모나지 않은 매끄러운 음색에 저역의 디테일과 안정된 밸런스를 겸비한 Tablette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랑받을 만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특출한 개성보다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 가격대에 어울리는 실력을 갖고 있음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역시 오랜 세월 개량된 때문인지 결정적인 약점은 없다. 소형 스피커를 고려하는 분이라면 꼭 들어봐야 할 스피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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