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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리얼 어쿠스틱 모델 20T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6. 8. 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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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한주(raker5235@hanafos.com)

미국 회사 에어리얼 어쿠스틱은 설립과 동시에 발표한 Model 10T가 미국 하이엔드 시장에서 각광 받은바 있다.

커다란 베이스 캐비닛 위에 왜소한 헤드 유닛이 얹혀진 Model 10T가 들려주었던 소리는 착색이 적고 돌덩어리를 연상시키게 할 정도로 묵직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탄탄하고 날렵한 소리였던 걸로 기억된다.

개발 컨셉

후속작 Model 20T는 이미 알고있던 설계기법을 기반으로 기성품 유닛을 사용하고 외관을 세련되게 다듬는 정도로 안이하게 재설계한 것이 아니다. 최근 들어 SACD와 DVD-Audio와 같은 레코딩 수록 미디어의 발전과 이에 따라 하드웨어의 성능이 동반하여 높아지고 있는데 에어리얼 어쿠스틱스는 이런 오디오에서의 일대 진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이상적인 트위터라고 할 수 있는 리본 트위터를 채용하는 스피커 개발에 도전했다.


리본 트위터는 이상적인 특성을 가졌지만 문제는 다이나믹 유닛과 어울려 놓으면 대역간에 이질감이 드러나는 점이 있어서 이를 극복하기 어려웠다. 설계자는 다이나믹 유닛의 재료나 구조면에서 물리적인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이렇게 뻔히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를 세우고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통해서 스피커 기술을 한 차원 발전시켰다고 할만큼 주목할만한 제품을 설계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설계 사항

리본 트위터를 채용하면서 설계자가 부딪치게 되는 장벽은 나머지 유닛도 빨라진 응답속도에 맞춰야 하는데 실제로 구현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미드레인지 유닛의 진동판은 리본만큼이나 가벼워야 그 응답속도에 맞출 수 있다. 그러면서 휘어지지 않을 만큼의 강도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에너지는 축적이 되지 않고 적절히 감쇄되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이 모순되는 관계에 있다.
Model 20T에 사용될 미드레인지 유닛을 개발하는 데만 2년 반이 소요되었고 시제품만 해도 스물 여덟개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가볍고 2층의 구조를 가진 카본 펄프 콘지를 사용한 미드레인지 유닛으로 결정되었다.

전모델이 채택한 11인치 우퍼 하나짜리 보다는 효과적으로 공기를 움직일 수 있게 하도록 위해 Model 20T는 병렬로 연결된 9인치 우퍼 두개를 사용한다. 통상적인 스피커의 시스템 Q가 0.7이고 극단적으로 타이트한 소리를 내주는 스피커의 Q가 0.5인데 Model 20T스피커의 Q는 0.65라고 한다. 이것은 트위터의 특성을 감안하여 보통 스피커 보다는 약간 더 타이트한 쪽으로 소리가 나지만 극단적으로 타이트한 스피커들이 흔히 잃기 쉬운 저역의 파워와 무게를 최대한 보존해 보려고 튜닝한 흔적이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스피커 바닥쪽으로 향해 있다.

이런 유닛 구성의 변경에 힘입어서 헤드유닛과 베이스 캐비닛의 심미적인 비율이 현격히 개선되어 거실 인테리어에 좀더 친화적이게 되었다.

스피커 설계자인 마이클 켈리는 28Hz에 달하는 저역을 내기 위해서는 인클로우저가 무거워야 된다고 느꼈던 것 같다. 스피커 하나의 총 중량이 123kg에 달한다. 헤드 유닛이 37kg, 베이스 캐비닛이 77kg, 금속 지지대의 무게도 9kg나 된다. 베이스 캐비닛은 각기 1인치 두께를 가지는 2중 인클로우저로 구성되어 있고 내부 인클로우저와 외부 인클로우저 사이는 기계적인 진동 에너지를 열로 변환시켜 흡수하는 댐핑 물질로 채워져 있다. 또한 인클로우저 내부에는 보강재로 채워져 있다. 인클로우저의 제작은 덴마크의 혼스렛 캐비닛 공장에서 행해진다. 오디오 피직스나 린, 달리, 나임 등의 유명한 스피커의 인클로우저를 전문으로 처리하는 외주 업체다. 이 같은 철저한 설계와 신뢰할만한 제조업체를 선택한 결과로 베이스 캐비닛은 단단하고 견고할 뿐만 아니라 적절한 댐핑을 가지게 되므로 인클로우저의 공진에 의한 착색이 일어날 여지가 최소화된다.

앰프 매칭시 유의사항

감도는 90dB로 높은 편이지만 공칭 임피던스는 4오옴, 특히 최저 임피던스는 2.8오옴이므로 고출력 앰프가 필요하기 보다는 전류공급능력이 좋은 앰프가 필수로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임피던스가 반으로 줄어들면 출력이 두배가 되는 충실한 전원부 구성이 된 제품을 말한다.

스테레오파일 잡지에 측정된 Model 20T의 임피던스 곡선을 보면 중역대의 커브가 평탄하지 않고 계속 높아지고 있어서 높은 소스 임피던스를 갖는 앰프들을 (=대부분의 진공관 앰프) 물리면 소리의 밸런스가 고역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

넓지 않은 공간에서 최저 가청 옥타브가 들리는 스피커를 사용하다 보면 초저역 문제로 고민을 하게 될 수 있는데 공간이 해결해줘야 할 문제를 단지 앰프로 조절해서 해결하려는 접근 방식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혹시 힘쎈 앰프로 저역을 다스려볼까 하고 브리지드 모노앰프로 앰프의 출력을 높여서 시도한다면 이 스피커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들인 비용은 두배가 되지만 위험은 이전보다 증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브리지드 모노 앰프는 출력만 높아지며 임피던스가 낮은 스피커에 대응을 잘 하지 못한다. 가령 스테레오로 4옴까지만 버티는 앰프라면 브리지드 모노시에는 4오옴짜리 스피커를 연결시키면 앰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제품이 설치되어 있는 대리점에서 자체적으로 매칭한 결과 마크레빈슨 4시리즈 파워앰프와그리폰의 파워앰프와는 둘 다 저역 부분에서의 재생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하나 필자가 직접 확인해 보지는 못했으므로 어떤 면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말씀드릴 수 있는 입장이 못된다. 에어리얼 어쿠스틱에서는 보울더 앰프를 추천하고 있다고 하며 저렴한 가격대에서는 플리니우스 앰프를 차선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청

시청은 수입원에서 지정해준 대리점에서 이뤄졌다. 사용한 제품은 마크 레빈슨 31.5 트랜스포트, 24비트 352kHz로 업샘플링시킨 마크레빈슨 360L D/A컨버터, 플리니우스 M16프리앰프, 플리니우스 SA-250 Mk IV 파워앰프 2대 (브리지드 모노), 트랜스패런트 슈퍼 인터커넥터와 스피커케이블(싱글와이어링)이 사용되었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사이에는 불연속성이 느껴지지 않도록 절묘하게 만들어졌음을 확인할수 있다. 고역은 공기감이 충만한 상쾌함을 가지고 있으며 공격적이지 않으며 나긋하다. 사운드 스테이지는 전면으로 돌출되지 않는다.

재생음에 왜곡이 적고 듣기 싫게 튀는 소리가 나지 않는 점은 이 제품의 강점이다. 앰프를 선정할 때 특별히 까다롭게 굴지 않아도 듣기 싫은 소리를 들을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음량을 크게 하지 않더라도 저역이 야위어진다거나 밸런스가 틀어지지 않는 점도 사용하는데 유용한 점이다.

저역의 양감은 공간에 넘칠 정도로 너그러운 편이다. 공간의 크기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제품 뒷면에 마련된 Bass EQ와 Treble Level 조절 놉을 조작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바론 만큼 타이트한 저역을 내주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스피커에 비하면 풍성하지는 않은 편이다. 그대신 아바론 보다는 덜 야윈 소리를 내주므로 좀 더 다양한 앰프를 매칭할 수 있다.

상기 세팅에서의 Model 20T는 저역이 주역인 반면에 중고역의 투명감을 잘 맛보지 못한 것 같다. 앰프도 자신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주장하는 편이고, DA컨버터도 담백하다기 보다는 진한 맛을 내주는 쪽이고, 케이블조차도 담백한 스타일이 아니었다. 비록 이날의 시청상황은 제품의 진가를 다 드러내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지만 제품에 대한 관심과 호감을 식힐만큼은 되지 못한다.

마무리

Model 20T는 적당히 타협된 소리를 내주는 제품과는 다른 제품이다. 극한의 소리를 내줄 수 있고 견디도록 설계되고 제작되어서 기함급 스피커로서 손색이 없다. 변화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환경에 적합하게 재설계된 스피커이기 때문에 별다른 시도 없이 기존 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여타의 제품과는 차별성이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사용하고 싶을 만큼 세련된 디자인도 한몫 한다.

한국형 주거공간에 적당한 스피커 사이즈는 카르마의 미디 그랜드 세라믹 이나 포커스오디오의 시그니춰 888 정도가 아닐까 싶지만 그정도로는 채우기 모자랄만큼 넓은 공간을 가진 분에게라면 에어리얼의 Model 20T는 와트/퍼피 시스템 7, 아바론 다이아몬드, 린 콤리, B&W 시그니춰 800, 다인오디오 에비던스 템테이션 등등의 쟁쟁한 정상급 제품들과 함께 고려해 볼 수 있는 스피커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족으로 필자가 스테레오파일의 Model 20T의 리뷰를 읽고 흥미롭게 여긴점을 덧붙이자면, Model 20T는 스테레오파일의 분류방법에 의하면 20Hz까지 내려가지 않으므로 Restricted Extream LF에 포함되는 신세이긴 하지만 리뷰어인 마이클 프레머에 따르면 저역의 양감은 자신이 4.5미터 x 6미터의 작은 공간에서 레퍼런스 스피커로 사용하는 윌슨 오디오 와트/퍼피 시스템 7보다 더 넘친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와트/퍼피 7 시스템이 Full Range급의 (20Hz까지의 전대역이 나오는) 스피커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Model20T는 저역의 퀄리티는 타이트한 편이라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음량이 더 많이 나온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만일 필자가 이 스피커를 운용할 능력이 생긴다고 가정한다면 앰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쿼드라틱 이퀄라이저의 사용을 적극 고려해 볼 것 같다.
100Hz 미만의 저역을 줄여보고 정재파가 생기는 주파수도 줄여주면 충분히 이 스피커를 운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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