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NHT 1.5 스피커

hifinet 2006. 8. 6. 14:22

박우진(acherna@hifinet.co.kr) 2002-06-19 13:59:43

서론

지난 97년 5월호에 소개해드렸던 슈퍼 원 스피커에 이어서 NHT(Now Here This)의 새로운 스피커 NHT 1.5를 리뷰한다. 갈라지고 째진 고역을 들려주는 비슷한 가격대의 여러 스피커와 달리 슈퍼 제로 그리고 뒤 이어서 나온 슈퍼 원 스피커는 자극적이지 않은 고음, 뛰어난 음장 재현 능력으로 대단한 호응을 받았다. 몇 몇 잡지에서는 하이엔드 지향의 스피커라는 파격적인 평가를 이끌어 내기도 했으며 저렴한 가격 때문이겠지만 시장에서도 상당량이 판매되었다. 그렇지만 오디오적인 측면에서 냉정히 살펴보면 슈퍼 제로와 슈퍼 원 스피커 모두 저역의 뻗침과 고역의 투명도에 다소 손색이 있었다. 만일 이러한 부분에 불만을 가지게 된 사용자라면 분명히 새로운 스피커 구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과연 이러한 분들에게 NHT 1.5 스피커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 형식: 밀폐형 2웨이 2스피커
  • 구성: 1인치 알루미늄 돔 트위터/ 6.5인치 폴리프로필렌 콘 우퍼
  • 크로스 오버: 3.3KHz (12dB/Octave)
  • 주파수 응답: 53Hz - 25KHz
  • 능률: 85dB
  • 권장 앰프 출력: 공칭 8옴, 최저 6.2옴
  • 크기: 16.5"H x 7"W x 19.25” D
  • 무게: 16lbs/ 각각
  • 가격: High Gloss Black Finish ($600), Mahogany Finish ($675)
  • 비고: 싱글 와이어링 전용, 스탠드 (20 - 24") 필요



    NHT 1.5 스피커에서 1.1 그리고 다시 1.5로

    NHT 1.5는 종래의 1.1 스피커를 대체하여, 그러나 크기, 유니트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새로운 스피커로 개발된 모델이다. 제작사에서는 가정 극장 시스템의 메인 스피커 또는 서라운드 스피커 시스템으로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광택 있는 검은 색 피아노 마감에 NHT 특유의 22도 기울어진 전면 배플, 그리고 트위터 위로 올라간 우퍼의 배치가 어우러져 현대적이면서도 참신한 인상을 준다. 비슷비슷한 스피커들 가운데에서 눈길을 독차지할 수 있을 것 같은 독특한 생김새이다. 어떻게 보면 2웨이 + 서브 우퍼 구성의 상급기인 2.5i의 상부만을 잘라낸 것과 같은데 실제로 유니트도 2.5i의 트위터와 미드레인지에 상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시청 기기

    시청시 소스 기기로는 캘리포니아 오디오 랩의 DX-2 CDP를 쓰고 실바웰드의 진공관 인티, 그리고 크릭의 4240SE 인티앰프를 번갈아 가면서 들어보았다. 케이블로는 몬스터의 M1 스피커 케이블과 오디오 플러스의 인터커넥터가 사용되었다. 그리고 필자의 귀에 익숙한 레퍼런스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한 관계로 스피커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서 하베스의 콤팩트 7 및 비엔나 어쿠스틱스의 모차르트 스피커를 참고적으로 비교 시청하였다.

    시 청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느낌은 선명하고 산뜻한 소리라는 것이다. NHT의 스피커들은 가격만 보고 스피커의 성능에 대해 어렴풋한 선입견을 갖는 사람에게 항상 의외의 놀라움을 안겨주는 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특히 지난번에 시청한 슈퍼 원과도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예컨대 요제포비치와 네빌 매리너가 협연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필립스)을 들어보면 비슷한 가격대의 스피커들이 고역을 단순히 밝게 드러내서 시끄럽고 때로는 피곤한 인상을 주는 것과 달리 시원스럽게 주욱 올라가는 바이올린의 고역을 막힘 없이 내어주면서도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약간 도톰하고 나긋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을 기대 이상으로 잘 살려낸다. 현의 마찰음은 대단히 리얼하고 빠른 패시지에서의 날아갈 듯한 속도감은 흡사 활의 움직임이 보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피치카토에서의 여운도 흐리멍덩하게 뭉개지지 않고 깔끔하고 맑게 울려진다.

    관현악 합주시의 디테일도 수준급이어서 답답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제임스 주드가 지휘한 플로리다 필의 말러 교향곡 1번"거인"(하모니아 문디)을 들어보면 합주시 각 악기의 울림이 선명하게 구분되고 저역의 음정도 명료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장의 폭은 아주 넓다고 할 수는 없지만 깊이는 꽤 있고 스피커 사이에 악기의 음상이 또렷이 그려진다.

    청감상의 능률은 매우 낮다. 볼륨을 상당히 올리더라도 시청시 사용한 앰프들로는 4악장 도입부의 폭발하는 듯한 총주의 음량을 실감나게 내어 줄 수 없었다. 그러나 음량을 올렸을 때 밸런스가 무너지거나 피크시 고역에서 딱딱한 긴장감이 유발되지 않는 것을 보아서 다이내믹스가 제한되어 있다기 보다는 낮은 능률만을 지적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만일 출력이 큰 앰프를 연결한다면 이 정도 크기의 북셀프 스피커가 사용될 작은 공간에서는 충분히 원하는 음량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심벌즈나 트라이앵글 등의 타악기 소리도 부서지는 일없이 깨끗하게 내어 주었다.

    24bit 녹음인 새러 K의 Hobo(체스키)에서는 널찍하고 전망이 깨끗한 음장 속에 스피커 사이에 이미지가 정위한다. 보컬은 왜곡 없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우면서도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명료하고 베이스 기타의 울림은 조금 여윈 인상이지만 물 흐르는 것처럼 맑고 유연하다. 작은 스피커에서 실망을 안겨주곤 했던 드럼 소리는 어떠한가? 밑을 뎅겅 잘라낸 슈퍼 제로나 음량과 질량을 축소시켜 버렸던 슈퍼 원과는 달리 NHT 1.5의 드럼 소리에서는 어느 정도의 무게감과 더불어 빠른 응답과 비교적 팽팽한 질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은 팝 계열의 음악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귀중한 부분이다.

    초소형 북셀프 스피커들이 저역 위쪽을 부풀리고 중간 저역 이하를 잘라내는 것과 달리 덩치가 더 큰 1.5는 저역 위쪽을 여윈 기분이 들 정도로 조이는 대신 가능한 한 저역의 주파수 응답을 확장하도록 시도하였다. 그 결과 중역대가 웅웅대는 저역으로 인하여 마스킹되는 일없이 깨끗하게 재생되며 한 편으로 더블베이스라든지 드럼의 재생도 큰 부족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대역 밸런스는 본 스피커가 AV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배우의 대사 전달과 폭발음 같은 효과음의 재생을 감안하여 설계되었음을 상기시켜 준다. 선명하고 또 잘 뻗지만 시끄럽지 않은 고역을 갖추고 있는 만큼 오래 들어도 귀가 피곤하지 않다는 점도 영화 감상에 강점이 될 것 같다.

    결 론

    분명히 NHT 1.5는 가정 극장의 메인 스피커 또는 서라운드 스피커로 개발된 제품이다. 그렇지만 이 잘 만들어진 스피커를 AV 전용의 스피커로만 바라보기에는 너무나 아깝다. 음악 애호가의 관점에서 살펴보더라도 이 정도의 싼 가격으로 클래식과 팝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세련되고 즐겁게 울려주는 NHT 1.5 스피커를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만 능률이 낮은 편이므로 가능한 출력이 큰 앰프를 물리도록 권하고 싶다. 여러모로 볼 때 최근에 필자가 접한 스피커들 중에서는 가장 돋보이는 구매 가치를 지닌 제품이다.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