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PMC LB-1 스피커

hifinet 2006. 8. 6. 14:06

박우진(acherna@hifinet.co.kr) 2002-06-23 15:23:25

PMC는 프로페셔널 모니터 컴패니의 약자로 이 회사의 제품들은 그 동안 많은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활약해 왔으며 사운드 트랙 믹싱 스튜디오에서도 사용 실적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2웨이 북셀프 모니터인 LB1은 PMC의 스피커 모델 중에서는 TB1과 함께 가장 작은 축에 속하며 유명한 야마하 NS-10과 마찬가지로 컨트롤 룸에서의 니어 필드 모니터로서 사용하도록 설계되었다. 역시 모니터 스피커로 유명한 B&W와 마찬가지로 덕트가 앞 쪽에 있기 때문에 뒤 벽에 가깝게 붙여서 사용할 수 있다. 특이한 부분은 방자형이기 때문에 홈 시어터의 메인 스피커로도 활용할 수 있다.

PMC 스피커의 특징 중 하나는 트랜스미션 라인을 저역 로딩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인데 LB1도 예외가 아니다. 유닛의 구경에 비해서 훨씬 길어보이는 캐비닛의 높이와 후면의 비스듬하게 깎여진 부분은 바로 트랜스미션 라인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높은 감도와저음에서의 통제력을 얻는데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B1은 강력한 드라이빙과 트랜지언트 재생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다인 오디오제 드라이브 유닛을 채용했다. 특히 5 1/2인치의 다인 오디오 우퍼는 토템의 모델 1을 비롯해 다수의 스피커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모델이다. 다만 그 구사 방법에 있어서는 다른 회사와 조금 차이가 있다. 특히 1차 크로스오버를 사용하는 다인 오디오와 달리 PMC는 12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4차 크로스오버를 통해 보다 더 매끄러운 주파수 응답과 견고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추구하고 있다. 실제 측정 결과를 보면 제작사의 설계 의도대로 주파수 응답이 평탄하며 특히 1kHz에서 15kHz까지 +/-2dB 내로 주파수 오차를 최소화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스피커 단자는 바이와이어링/바이앰핑에 대응하는 것으로 별도의 케이블 또는 별도의 앰프로 트위터와 우퍼를 독립적으로 구동할 수 있다. LB1의 캐비닛은 MDF를 두 장 겹쳐 사용하여 충분한 내부 강도를 얻고 있으며 내부에는 비투멘 패드와 어쿠스틱 폼을 적절히 처리하여 저역의 컨트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공간이나 기타 여러 문제로 소형 스피커를 사용하는 분들이 아쉽게 느낄만한 부분이라 한다면 바닥 깊이 내려가는 저역의 확장성과 다이내믹스 부분일 것이다. PMC LB1은 이에 대해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사용자에게 보다 더 큰 만족감을 제공해 주고 있다. 저음 재생의 한계가 35Hz에 이르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실제로도 다른 소형 스피커에서 듣던 것보다 한 단계 더 깊이 있는 저역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이런 스피커가 사용될 공간에서는 저음의 깊이나 양보다는 질이 우선이라고 보여지며 LB1은 그런 요구사항에 부응할 수 있는 단정하고 세련된 저음을 들려준다. 고음은 약간 어둡게 느껴지면서도 부드럽고 음색 면에서도 중립적이며 저음은 트랜스미션 라인 특유의 길게 퍼지는 여운으로 따스한 음악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실크로 감싼 것처럼 부드럽게 귓가에 다가오는 여성 보컬의 재생이나 재즈 음악에서 피아노의 탄력적인 터치, 그리고 브라스의 도톰하면서도 깔끔한 뻗침은 감탄을 자아낼 만 했다.

물론 LB1에게도 단점이 있다. 트랜스미션 라인 스피커의 공통점이겠지만 저음이 바로 사라지지 않고 약간 여운을 남기면서 끌리는 편이다. 따라서 킥 드럼의 응답 속도가 아주 빠르지는 않다. 또 음장이나 고음의 뻗침이 B&W의 노틸러스 805 같은 이 가격대의 리더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첼로 듀엣 350 파워 앰프를 통해 PMC 스피커와 비교해서 들어본 노틸러스 805 스피커는 귀를 의심하게 할 만큼 크고 또 투명한 음장을 들려주었다. 이 분야에 있어서는, LB1에게는 그 정도의 능력은 없다.

그렇지만 이것은 단점이라기보다는 LB1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비해서 비교적 처지는 부분 정도로 이해하시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왜냐하면 단점이라고 들만한 부분 역시 이 가격대의 평균적인 스피커들에게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사운드 측면보다는 가격에 비해 인클로저의 마감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소너스 파벨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의 스피커들은 마감의 품질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편이다. 하기는 이것도 진정한 음악 애호가를 자처하는 분들이라면 별로 개의치 않을 단점이기는 하다.

LB1은 앰프의 매칭도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소니 555ES같은 AV 리시버와도 잘 어울렸다. 이는 87dB의 감도가 소형 스피커로서는 평균 이상이며 임피던스도 4옴 이하로는 거의 내려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측정치 상으로 페이스 앵글이 주파수 대역에 걸쳐 거의 제로에 머무는 등 변화가 적기 때문에 표시된 임피던스에 비해 실제로는 앰프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LB1이 들려주는 피아노 음악에서는 왼손과 오른손 건반의 음색이 잘 통일되어 있으며 복잡한 악기들이 등장하는 관현악 재생에서도 흔들림 없는 안정된 사운드 스테이지와 안정된 토널 밸런스를 얻을 수 있었다. 만일 음악적인 박력을 얻고 싶다면 볼륨을 더 올려주면 된다. 대출력을 자랑하는 첼로 듀엣 350의 매칭에서는 역시 상당한 음량을 얻을 수 있었다. 제작사의 주장에 따르면 LB1의 다이내믹 피크 재생 레벨은 무려 114dB에 달한다고 한다.

홈 시어터 시스템의 활용 측면에서도 LB1은 나름대로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방자형 디자인이기 때문에 TV 세트와 근접 설치할 수 있다. 또 규격적으로도 29인치에서 34인치 정도 크기의 TV와 LB1의 높이는 잘 어울린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나긋나긋한 대사 재생과 정교한 음장 재현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AV 스피커와 큰 차이를 드러내 준다. 왜곡이 적은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목소리는 다 인 오디오 유닛 특유의 것으로 장시간의 드라마 시청에서 장점을 발휘한다. 또 감상자가 영화 속 장면에 충분히 빠져들 만큼 이미지가 스피커 앞쪽을 향해 적극적으로 제시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이 부분은 일반적인 음악 감상용 스피커들과 달리 PMC가 사운드 트랙 믹싱에서 선호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액션 영화에서의 폭발 효과음은 감상자를 완전히 휘감지 못하지만 소형 스피커로서는 상당한 중량감이 느껴지는 저음이다. 다만 이 스피커의 작지만 정교한 음장 특성을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니어 필드 상태로 단 한 사람을 위한 세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음장이 넓게 확산되는 타입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형 스피커 시장은 매우 경쟁이 치열한 분야 중 하나다. 그만큼 제품의 품질도 많이 상향 평준화되어 있으며 어느 제품이 최고다라고 말하기는 상당히 힘들게 되었다. 그러면 PMC LB1은 어떨까? 이 스피커는 최근 가장 잘 나가고 있는 스피커 제조 회사의 많지 않은 가정용 모델 중 하나이고 또 다른 스피커에서 보기 힘든 유니크한 장점들을 지니고 있어서 소유자에게 선택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게 해줄 만한 제품이다. 혹시 이 제품이 여러분의 취향에 딱 맞는 스피커가 될지도 모른다. 기회가 되면 한 번쯤 들어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