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BAT VK D5SE CD플레이어

hifinet 2003. 1. 20. 22:38

최윤욱(mc7270@hitel.net) 2003-01-20 14:51:29

<시작하기>

CD가 끝나고 DVD세상이 될거라는 얘기가 나온지도 벌써 수년이 지났다. 4년 쯤 전에 시스템을 재구성하려고 할 때도 이런 말들 때문에 CD 플레이어 선택에 상당히 고민을 했었다. 고가의 CDP를 사기에는 여러 가지로 고민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도 SACD로 갈지 아니면 DVD오디오로 대세가 기울어 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굳이 달라진 것을 들라면 소니에서 SACD를 발표하고 밀어 부치고 있다는 것 정도라고 하겠다. 지나고 보니 쓸데없는 고민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4년 전 시스템을 재구성 하면서 CDP로 물망에 올린 제품은 지금 쓰고 있는 메리디안 508.24와 클라세의 CD-1, BAT VK D5 였다. 예산 가격대에서 가장 정평이 나있는 제품이기에 타 후보들을 물리치고 최종 후보자로 선택되었다..

그럼 왜 BAT를 하지 않고 메리디안을 선택했는지 궁금해 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뭔가 메리디안 보다 못하다고 느꼈거나 BAT에 호감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메리디안을 선택 했을 것이라고 앞서서 추측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메리디안이 선택된 이유는 그 당시 BAT가 마땅한 중고가 없었고 보다 결정적인 것은 프리가 BAT의 VK-5i로 정해졌기 때문이었다.

혹자는 같은 BAT로 했을때 더 좋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같은 브랜드로 풀 시스템을 구성한 경우보다 적절히 섞어서 매칭한 경우가 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예가 더 많았다. 같은 브랜드로 조합하면 임피던스 매칭 등 전기적으로 매칭에 실패할 확률은 없어지지만 소리가 개성이 너무 강해져 버린다. 물론 첼로처럼 풀 시스템을 전제로 만든 경우는 다소 예외라고 할 수 있지만 말이다. 다른 브랜드로 조합할 경우 임피던스나 게인 등에 신경을 써야 하기는 하지만 선택의 폭을 넓게 해준다는 점에서 더 선호하는 편이다.

BAT의 CDP를 받고보니 4년 전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여타 다른 리뷰 때 보다 의욕이 더 생겨났다. 이번에 받은 제품은 스패셜에디션(SE)으로 업그레이드된 버전인데 여러모로 개선된 모델이라고 한다.


BAT VK-D5


<하드웨어의 변화>

BAT의 CDP들은 디지탈부를 Resolution Audio에서 설계하고 있다. 레졸루션 오디오는 디지탈 소스기기에 강점을 지닌 회사로 전에 들었던 CD50도 상당한 수준의 소리를 내준 기기로 기억된다. BAT의 레졸루션 오디오와의 이런 협력 관계는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SE로 되면서 바꿘 디지탈부에 대한 변화를 살펴보자. 구형이 HDCD 디지탈 필터와 버브라운의 PCM 63K로 16비트 44.1 kHz를 구현한데 반해 SE버젼은 HDCD를 포기하고 버브라운의 DF 1704와 동사의 PCM1704를 4개 사용하여 풀밸런스로 24비트 352.8 kHz를 실현하게 업그레이드 되었다. 아나로그 부분은 BAT에서 담당한 것으로 이 부분도 핵심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우선 진공관이6922 6알에서 Super tube로 불리는 6H30 4알로 바뀌었다. 6알에서 4알로 줄었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상당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 것임을 알수 있다.

여기서 잠깐 진공관 얘기를 조금 하자면 광대역에 뛰어난 해상도와 다이나믹스를 요구하는 요즘의 추세에 진공관으로 이를 구현하는데 가장 숙명적인 문제가 자체 임피던스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6DJ8(6922)이 그나마 이런 현대적 추세에 근접하는 관인 관계로 가장 많이 애용되는 관이다. 진공관이 가지는 높은 임피던스를 낮추기 위한 방법은 좀더 낮은 임피던스의 관을 새로 발굴해 사용하거나 회로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두가지로 요약된다. 진공관이 가지는 자연스런 배음과 음색의 장점을 살리면서 좀더 낮은 임피던스를 구현 하고자 하는 것이 현대 진공관 앰프 제작회사의 주된 노력이라고 하겠다. 이런 맥락에서 트랜스가 필요없는 출력관인 6C33의 등장도 이해 될수 있다. 탑 랭커 진공관 파워에 6C33을 사용한 앰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봐도 현재의 이런 흐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회로적으로 임피던스를 낮추는 방법으로는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캐소드 팔로워 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진공관을 바꾸지 않고도 임피던스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장점이 있는 회로인데 음이 다소 야위고 메말라지는 경향이 있다.(캐소드 팔로워 회로를 폄하 하는 것은 아니고 순전히 필자의 생각이다.)

6H30의 스팩을 보면 왜 6922를 대체할 Super tube로 불리는 지 알 수가 있다. 일단 히터 전압은 6922와 같이 6.3 V지만 히터전류는 두배나 된다. 플레이트에 흘릴수 있는 전류도 대략 3배에 해당한다. 왠만한 소형 출력관에 해당하는 스팩이다. 만약 6922와 같은 크기였다면 수명이 절반이하가 될것이 자명한 스팩이기에 크기도 상당히 커졌다. 제작사에서 밝히는 수명도 6922보다 더 길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6922를 뽑고 6H30을 바로 꼽아서 사용할 수가 없다. 일단 늘어난 전류량을 감당하기 위해서 전원 트랜스가 더 커져야만 한다. 자체 임피던스도 6922 보다 낮아서 캐소드 팔로워 같은 회로를 채택하지 않고도 아나로그 아웃단의 임피던스를 충분히 낮출수 있게 된다. 이런 스팩 때문에 오디오리서치 같은 회사에서도 좀더 투명한 음을 위해 신형 프리앰프에서는 6H30을 사용하고 있다.







아웃단의 임피던스가 낮아지면 필수적으로 변해주어야 할 사항이 있다. 흔히 커플링 콘덴서라고 불리는 콘덴서(signal Capacitor)의 용량이 커져야 한다. 출력단의 임피던스가 낮아 졌는데 콘덴서의 용량이 충분히 늘어나지 않으면 낮은 저역대의 소리가 컷트 될수가 있기 때문이다. 구 버전에서는 출력단 하나당 1u짜리 paper-in-oil 콘덴서를 1개(밸런스이므로 채널당은 2개)사용한데 반해, 6H30을 사용한 SE버젼에서는 3개(밸런스구성이므로 채널당 6개)를 사용했다. 이것이 출력단 쪽에 보이는 Six-pak으로 BAT에서 밝히는 업그레이드 사항 중 하나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왜들 그렇게 임피던스를 낮출려고 하는 것일까? 뭔가 장점이 있으니 그토록 그것에 집착하는 것이긴 할텐데... 증폭소자의 임피던스가 낮아지면 소리의 투명도가 좋아진다. 또한 기기간 전송에 있어서 케이블의 영향을 덜 받게 되고 길이가 긴 케이블 사용시에도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쉽게 풀어서 얘기하면 프리까지 길이가 긴 인터커넥터 사용해도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XLO,
킴버, Nordost같이 쉴드가 충분치 않거나 아예 쉴드가 없는 케이블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케이블들의 사용은 쉴드 케이블에서 보여지는 고역의 감쇄나 스피드가 느려지는 문제에서 자유로울수 있게된다.

커플링 콘덴서로 요즘 앰프에 흔히 사용하는 필름을 사용하지 않고 paper-in-oil 콘덴서를 사용한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필름이 용량도 정확하고 해상도도 좋지만 음색의 자연스러움에서는 오일에 당하지 못한다. 오일 콘덴서를 사용한 빈티지급 앰프들의 음색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이 콘덴서 때문이다. 오일 콘덴서를 사용하면 최상이겠지만 순수 오일 콘덴서는 1u짜리가 맥주캔 하나만 하고 값도 고가여서 사용이 사실상 어렵다. 이런 타협점에서 찾아진 것이 바로 paper-in-oil 콘덴서다. 오일 콘덴서의 맛이 남아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커플링 선택과 함께 BAT가 지향하는 음이 어떤 것인가를 짐작케 하는 것들이 있다. 바로 캐소드 팔로워를 사용하지 않고 피드백도 걸지 않고 가능한 한 OP앰프 같은 능동 소자 사용을 자제하는 설계방침이다. 저역의 단단함,해상력 보다는 음색의 자연스러움과 뉘앙스에 중점을 둔다는 점을 확인할수 있는 대목이다.

<몸말>

첫음을 듣고 느낀 바는 예전에 쓰던 VK-5i 를 생각나게 한다는 것이다. 일단 긴장을 풀고 자연스럽게 음악을 풀어내는 BAT특유의 소리였다. 중역의 두텁고 탄탄함이 제일 먼저 느껴지고 자연스럽게 음악에 빠져들게 한다. 흔히 음악에 몰입하게 하는 소리로 린이나 네임 오디오를 언급하는데 린이나 네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음악에 빠져 들게 한다. 린이나 네임은 음상이 작고 타이트해서 귀를 쫑긋 세우고 긴장을 하면서 음악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대 반해 BAT는 긴장을 풀게 하면서 느긋하게 여유를 느끼게 하면서 연주에 몰입하게 만든다. 린이나 네임은 장시간 시청시 다소 피로해질수 있는데 BAT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이 몸을 릴랙스 시켜주는 느낌이다.

제니퍼 원스의 “The hunter"(BMG)를 들어보면 가수의 목소리가 정중앙에 위치해서 잡힌다. 다만 다소 입이 큰 편이고 가수의 위치와 배경과의 경계가 분명하게 대비되지는 않는다. 무대의 크기는 상당히 크고 깊게 향성된다. 무대의 전체적인 위치도 스피커 연결선에서 약간 나온 곳에서 부터 뒤로 상당히 깊게 형성을 해준다. 사운드 스테이지의 크기나 깊이는 나무랄 바 없으나 배경의 정숙함은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저음이 나오는 부분을 들어보면 저음의 양은 충분하게 재생을 해낸다. 다만 저음의 핵이 아주 단단한 편은 아니라서 약간의 미련이 남기는 하지만 저역의 리듬감은 아주 탁월해서 기분좋게 저음에 취할수 있었다.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프리츠 라이너,보스톤 심포니/RCA) 1악장을 들어보면 자연스럽게 음악을 풀어가는 능력이 탁월함을 알수 있다. 다만 초입부에 나오는 고역의 반짝거림이 다소 약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저역은 조금만 더 단단하고 응축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들긴 했지만 양은 충분해서 대편성을 듣는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무대의 크기도 상당히 커서 오히려 조금만 다이어트를 했으면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악기들의 음상이 핀 포인트로 작게 처리되지는 않았고 음상과 빈 배경의 경계도 대비가 뚜렷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단점 들에도 불구하고 음반을 걸면 끝까지 듣게 만드는 능력은 아주 탁월해서 리뷰를 전제로 시청 할 때도 중간에 이 사실을 까먹고 음반 끝까지 듣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음상이 다소 크고 부푼다는 단점을 충분히 상쇄 하고도 남을 아주 중요한 장점이라고 해야겠다.

D-5 SE에서 프리, 파워 까지 풀밸런스 연결을 했는데 케이블은 디스커버리의 에센스와 XLO 리미티드 에디션을 사용했다. 음상이 다소 부푸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민하던 중에 판매원인 하이파이클럽의 배려로 XLO 시그너처2 인터와 파워케이블을 전달 받았다. 우선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 리미티드 에디션과 에센스를 그대로 둔채로 시그너처2 파워 케이블만 교체를 해보았다. 역시 전체적으로 음상이 조여지면서 음상과 배경과의 경계도 좀더 뚜렸해졌다. 저역의 양도 줄지 않으면서 핵이 조금 더 단단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좋은 쪽으로만 변화가 일어나서 파워 케이블의 위력을 실감 할 수 있었다. 이번엔 이 상태서 에선스를 빼고 XLO시그너처2 케이블을 투입 했다. 음상은 더욱더 조여졌고 무대도 약간 작아지면서 가지런해 졌다. 음상과 배경의 경계도 선명해서 좋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그런데... 결정적으로 다 좋아지는데 저역의 양이 줄어들어 버렸다. 이 대목에서 XLO의 리미티드 에디션이 한조 더 있었더라면 금상첨화 였을텐데... 아쉬움에 입맛만 마셨다. 여기서 리미티드 에디션과 시그너처2의 극명한 실력차이가 나 버렸다. 리미티드 에디션이 아니라도 Nordost의 SPM이나 쿼트로필 이라면 저역의 양이 약간 부족한 이 아쉬움을 해결해 줄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연주회장에 가면 가수의 입이나 악기의 위치가 핀 포인트로 잡히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맞는 얘기다. 실제 가보면 핀 포인트로 잡히지 않는다. D-5 SE가 보여주는 특성대로 약간 음상이 부풀고 배경과 음상의 경계도 피콜로 같은 악기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선명하게 표현되지 않는다. 오디오를 하기 보다는 음악만을 듣는 것에 목표를 두는 애호가라면 적극 권할만큼 실제 연주회장에 가까운 자연스런 음색과 뉘앙스를 보여주었다. 아나로그 소스와 비교해도 음상이 부풀어 오르는 점만 빼면 손색이 없는 아주 아나로그적인 소리 였다. 음악 애호가가 선택할 수 있는 많지 않은 아나로그적인 소리를 내주는 CDP라고 생각 된다.

마지막 조합에서 저역의 양만 조금 늘어난다면 사실상 오디오적으로도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할만큼 인상적인 소리를 들려 주었다. 결국 D-5 SE를 완벽하게 오디오적으로 구사할려면 앞서 언급한 케이블들이 필수 불가결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시그너처2 파워 케이블은 적극 권할만큼 효과를 나타내 주었다. 여기서 피해야할 케이블도 분명히 언급해야 할것 같다. NBS와 디스커버리다. 이 케이블과의 조합은 골프에서 세컨샷 OB 만큼 이나 치명적인 것이 될것 같다. 카다스 골든 크로스나 MIT,트랜스페런트 같은 케이블 들도 썩 조합이 좋아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고역의 반짝거림이 좋고 음상을 적절히 조여주는 케이블들이 조합이 좋을 것 같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필자가 소유한 메리디안 508.24와의 비교는 케이블을 이리저리 다 맞추어 봐도 D-5 SE가 분명하게 한등급 위의 제품임을 확인하는 절차가 되어버렸다. 음악적 표현력이 좋다는 메리디안508.24도 6H30이 그려내는 음악적 뉘앙스에는 대적하기 힘들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마치면서>

이미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도 리뷰가 나간 제품이어서 사실 리뷰를 하는데 심적인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 집중 시청을 하기 전까지는 일부러 리뷰를 보지 않았다. 혹시라도 선입견이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음악만을 듣기 원하는 애호가라면 선택 후보에 필히 올라야할 만큼 음악적인 소리를 내주는 CDP였다.  이런 자연스런 음색을 내주는 CDP는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오디오적인 완벽함을 추구하는 애호가라면 케이블에 좀더 많은 고민과 투자가 필요한 CDP라고 생각 된다.

사용기기

  • 아나로그 : VPI 에리어스+ 그라함 2.2 , 고에츠 로즈우드, 라이라 헤리콘
  • 포노앰프 :  Aesthetics Io
  • C D P : 메리디안 508.24
  • 프리앰프 : 소닉프론티어 라인3
  • 파워앰프 : 크렐 FPB300
  • 스 피 커 : 틸 CS 6
  • 케 이 블 : XLO 3.1,XLO Limited Edition(XLR), 디스커버리 에센스(XLR), 너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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