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필립스 SACD 1000 SACD 플레이어

hifinet 2002. 6. 23. 06:08

노정현(evaa@hitel.net) 2002-06-23 14:50:27

SACD vs DVD-AUDIO

이 소제목을 보는 것이 이제 지겨울 것이다. 뭔가 새로운 세상이 당장 열릴 것처럼 분주하더니 현재 우리가 들어볼 수 있는 SACD는 120여장 그리고 DVD-A는 40여장 정도라고 한다. 지구상에 발매된 모든 SACD와 DVD-A 모든 타이틀을 다 구해도 대부분의 경우 이미 가지고 있는 CD 혹은 LP 컬렉션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 DVD-A 타이틀은 구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포맷의 타이틀을 구동할 수 있는 제품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상상만으로 왈가왈부 하기 전에 일단 제품부터 접해보자.

필립스 SACD 1000



SACD 1000

  • 멀티채널 SACD / DVD-Video / SVCD / Video CD / CDDA / CD-R / CD-RW 재생
  • DSD / AC-3 / MPEG2 디코더 내장 (아날로그 5-1 채널 출력)
  • Optical and Coaxial Digital Audio output (PCM / MPEG2 / AC-3 / DTS)
  • 오디오 및 비디오 회로 분리
  • Linear Toroide Transformer 채용
  • Dual Laser optical pickup unit
  • 통합 리모콘 지원
  • 슬로우 모션 재생
  • 스크린 세이버 제공
  • 크기 : 435(W)×110(H)×330(D)
  • 무게 : 10kg

    SACD 1000은 필립스가 발매한 세계최초의 멀티채널 지원 SACD 플레이어다. 이 제품은 SACD 플레이어로서의 기능 외에 DVD 플레이어로서도 사용할 수 있는데 SACD 플레이어와 DVD 플레이어가 결합된 복합기로 최초의 것은 소니의 DVP 9000ES가 있다. 그러나 이 두 제품의 성격은 좀 다른데 소니의 9000ES가 자사의 기함급 DVD 플레이어를 발매하면서 부가적으로 SACD 플레이 백 기능을 추가한 인상이 강한 반면에 SACD 1000은 멀티채널 지원 SACD 플레이어를 개발하면서 DVD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DVD 재생기능을 추가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다시 말하자면 이 제품은 DVD 플레이어가 아니고 SACD 플레이어다. 그렇다면 당연히 SACD 플레이어로서의 재생능력, 즉 음질에 집중해서 제품을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필자는 SACD 플레이어를 사용해본 경험이 전혀 없으므로 이 제품이 SACD 플레이어로서 어떤 성능을 가지고 있는가를 평가한다면 넌센스가 된다. 이 부분은 스테레오파일 2001년 4월호에 게재된 추천기기 등급을 참조할 수밖에 없는데 추천등급으로 볼 때 SACD 1000($2,000)은 SACD 플레이어로서 소니의 SCD-777ES($2,500)에 비해 한 등급 낮은 B class에 올라 있다. 참고로 필자는 SACD 플레이어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가를 경험해 보기위해 타이틀 한 장(Debussy, Ravel, Faure : Piano Trios-The Florestan Trio/ Hyperion)을 구매했는데 원래 마스터링 소스 자체가 별로 좋지 않은지 별다른 감흥은 느끼지 못했다. 이 제품을 실재 구입하게 되면 번들 SACD 타이틀이 포함되는데 필자에게는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SACD 경험은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이 제품의 CD 플레이어로서의 성능 및 부가기능인 DVDP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에 집중하도록 하겠다. 그 이유는 첫째 SACDP든 DVD-AP든 현상태에서 차세대 포맷 플레이어로서의 성능이 어떤가를 논의하는 것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차세대 포맷 플레이어는 뭔가 결론이 나면 그때 가서 적당한 제품을 고르면 된다. 둘째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단품 CDP를 구매하기에는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값이면 여러 종류의 매체를 경험할 수 있는 제품이 더 유리할 것이다. 특히 필자처럼 멀티채널 시스템에는 아직 관심이 없지만 가끔씩 DVD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CDP로서의 성능도 우수하고 DVDP로서의 성능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면 무척 좋을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 차세대 포맷도 경험해 볼 수 있다면 그리고 이런 제품이 적당한 가격을 가지고 있다면 현 시점에서 구매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SACD-1000은 일단 멀티채널 SACD까지 대응하므로 차세대 포맷을 경험해 보기에는 충분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CDP 그리고 DVDP의 기능이 만족스럽다면 구매가치가 매우 높은 제품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글에서는 CDP로서의 성능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DVDP로서의 성능을 살피도록 하겠다.

    기능 및 디자인

    디자인은 깔끔하다고 보면 깔끔한 편이고 허전하다고 보면 허전한 편이다. 전면패널은 곱게 연마된 재질의 은색 알루미늄이며 가운데 트레이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기본적인 조작 버튼이 달려있다. 별 특징적인 면은 없지만 가운데 커다란 디스플레이 창 때문에 멀리서도 현재 상태를 확인하기 편리하다. 트레이의 열고 닫힘은 무척 덜그덕거리는 편인데 같은 가격대의 다른 CDP나 DVDP등을 고려할 때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트레이의 열고 닫힘과 성능과 어떤 관계가 있다는 말은 못 들어 봤으므로 조작감을 중요시하지 않는 사용자라면 특별히 불만을 느낄 필요는 없는 부분이다.

    remote

    리모콘은 상당히 길고 아래쪽이 두껍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며 조작감등은 특별히 흠잡을 데 없지만 너무 길어서 한 손으로 조작하기에는 불편하다. 리모콘에는 트레이 열고 닫힘 버튼이 없다. 필자의 지인중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과 이 부분에 대해 얘기해본 적이 있는데 리모콘에 open/close 버튼이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항상 논쟁거리라고 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있는 편이 편하다고 생각한다. 이 외의 모든 기능은 리모콘으로 조작 가능하다.

    기능상으로 이 제품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DVD-A 타이틀을 제외한 12cm 사이즈의 모든 디스크를 재생할 수 있다. SACD / DVD-Video / SVCD / Video CD / CDDA / CD-R / CD-RW의 재생이 가능하다.

    DVD의 경우 비디오 부분은 프로그레시브 스캔(progressive scan)은 지원하지 않으며 composite, s-video 및 component 출력을 지원한다. 오디오 부분은 아날로그 2채널 믹스 다운 출력 및 내장 DD 디코더를 통해서 아날로그 5.1 채널 출력을 지원하며 디지털 출력을 통해 외부 DTS 디코더와 연결하면 DTS 방식의 타이틀을 재생할 수 있다.

    비디오 CD는 SVCD까지 재생할 수 있으며 오디오 CD의 경우 디지털 출력을 통한 PCM 출력은 지원하지 않으며 아날로그 2채널 재생만 가능하다. 이 부분이 다소 의아한데 오디오 CD의 재생에 있어서 외장 DAC 혹은 프로세서의 DAC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SACD-1000 (rear pannel)

    SACD 재생에 있어서는 아날로그 2채널 재생 및 아날로그 6채널 출력을 지원하지만 다른 SACD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출력은 지원하지 않는다. SACD 멀티채널 출력시 DVD의 오디오 설정과는 틀리게 베이스 매니지먼트를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멀티채널 SACD를 제대로 재생하려면 같은 크기의 풀레인지급 스피커 5개가 필요하며 청취자와 스피커는 등간격을 유지해야한다. 이는 DVD-A도 같은 상황인데 두 포맷 모두 디지털 출력을 지원하지 않아서 프로세서의 DSP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세대 포맷을 멀티채널로 즐기기 위해서는 상당한 물량투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2채널 사용자라면 상당히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DVD-V

    이 제품은 기본적으로 DVD 전용 플레이어가 아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DVD 재생에 있어서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특히 화질은 일반 보급형 DVD 플레이어보다 훨씬 뛰어난 수준이었다. 필자가 전해 받은 기기는 코드프리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코드 3번 타이틀만 재생해 볼 수 있었다. 화질의 비교는 보급형으로는 파이오니어의 DV-525가 사용되었고 레퍼런스급으로는 파이오니어의 DV-S9을 사용하였다. 레퍼런스급으로 DV-S9을 선택한 이유는 SACD-1000이 프로그레시브 스캔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질은 평가하기 위해 사용한 모니터는 필자의 삼성 29A7K와 하이파이넷의 필자이신 조춘원님의 삼성 29A7DR 완전평면 TV이다. 필자의 집에서는 김치호님 제작 컴퍼넌트 케이블을 이용해 컴퍼넌트 접속하였고 조춘원님 댁에서 Canare 컴퍼넌트 케이블을 이용해 29A7DR과 컴퍼넌트 접속하였다. 연결을 하고 초기 화면을 보면 화면이 아래 위로 빠르게 스크롤 되면서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게 되는데 필립스측에 문의한 결과 초기설정이 PAL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설정을 바꾸려면 메인전원을 켜기 전에 STOP과 NEXT(FORWARD) 버튼을 동시에 누르고 전원 스위치를 누르면 디스플레이에 NTSC라는 글자가 뜨면서 설정이 바뀐다. 매뉴얼에는 나와 있지 않은 사항이므로 제품을 구입해서 화면이 이상하게 나온다고 A/S를 요청하기 전에 이 부분을 확인하기 바란다. 매뉴얼에 대해 한 마디만 더하면 매뉴얼에 표기된 후면 패널의 그림은 유럽형 제품이다. 유럽형은 국내에 수입된 NTSC 방식의 제품과 틀리게 RGB 출력시 SCART 단자를 사용하게 되어 있다. 아마도 유럽에서 받은 매뉴얼을 그대로 번역한 듯 한데 좀 아쉬운 부분이다.

    설정 메뉴의 인터페이스는 좀 생소한 편인데 대부분의 제품이 그러하듯 처음에는 다소 낯설지만 좀 익숙해지면 나름대로 그 이유가 있는 것이므로 그리 크게 관심 가질 부분은 아니다. 다만 직관적 이해를 위해 아이콘을 사용하는데 필자 개인적으로는 아이콘형의 인터페이스보다는 텍스트형을 더 선호한다.

    컬러 설정은 기본설정 상태로 맞추어 놓았다. 이 제품에는 블랙레벨 쉬프트 기능이 있는데 필자가 알기로 이 제품은 7.5IRE의 블랙까지 밖에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Blacker than Black(0 IRE)의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능이 아니라 흑백의 컨트라스트를 높여주는 기능으로 보인다. 필자는 시청시 off 상태로 해놓았는데 on으로 해놓을 경우 전체적으로 컨트라스트가 강해지는 반면에 색상이 들뜨는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 이 기능은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될 것 같다.

    파이오니어의 DV-525와의 비교시 SACD-1000은 색채의 그라데이션 및 풍부함에 있어서 월등히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었다. ‘아마게돈’의 초반부 운석이 떨어지는 장면을 보면 관제소의 어두운 내부에서 보이는 소장의 피부색의 단계별 변화나 배경과 의상의 구분이 훨씬 명확했다. 이 장면에서 소장의 얼굴은 모니터의 반사광으로 밝은 부분이 표현되는데 카메라가 아킹(arching)하면서 소장의 얼굴로 타이트하게 줌 인(zoom in)할 때 반사광이 떨어지는 면과 떨어지지 않는 그림자와의 대비나 변화하는 피부색의 표현이 더 정밀했다. 이 신에서 우주에서 보는 지구의 모습 및 운석과 충돌 지역의 폭발 장면을 보면 표현되는 색이 SACD 1000 쪽이 훨씬 더 많다고 느껴질 정도였고 각 피사체의 윤곽도 훨씬 또렷했으며 각 색의 채도 또한 훨씬 깨끗하고 높게 표현되었다. 도심으로 떨어지는 운석이나 운석에 의한 폭발 장면에서도 SACD-1000이 불덩어리의 지나감이나 폭발하는 화염을 표현함에 있어서 불의 움직임이 더 자연스러웠으며 움직이는 불길의 색채를 표현하는 능력도 SACD-1000이 더 디테일하면서 풍부한 색상을 표현해 주었다. 파이오니어 525와의 비교에서는 서로 다른 레벨의 제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DV-S9과 비교시 사용된 타이틀은 ‘The Mask of Zorro’와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이었다. ‘The Mask of Zorro’에서는 타이틀 및 전반부 신을 위주로 시청했고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에서는 파티 장면 위주로 비교를 했는데 화면의 디테일이나 각 색상의 그라데이션 표현등에서는 차이를 느끼지 못했고 색채의 표현에서 필립스 쪽이 크로마가 다소 낮게 느껴졌다. 그래서 TV의 색상 조절 기능을 사용해 맞춰 보았는데 크로마만 높아지지 색감 자체는 틀렸다. S9쪽이 각 색상의 표현에서 더 투명하고 더 자연스러웠다. SACD-1000의 색상은 S9의 그것에 비하면 다소 바랜 듯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 외의 부분, 디테일이나 색상의 그라데이션의 정밀함 및 광량의 다이내믹스 표현에서는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적어도 화질면에서는 보급형의 플레이어들보다는 훌륭한 성능을 보여주었으며 인터레이스 방식의 DVDP중 레퍼런스라고 할 수 있는 파이오니어 DV-S9과의 비교에서는 색상의 자연스러움과 투명함 등에서 뒤졌지만 덤으로 부가되어 있는 DVD 플레이 기능이라고 하기에는 예상보다 월등히 좋은 화질을 보여주었다. 아주 투명한 색감을 선호하는 사용자나 혹은 심각한 비디오 파일이 아니라면 보급형 인터레이스 모드의 제품보다는 월등한 화질을 제공하기 때문에 화질에 대한 불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0 미만의 예산으로 DVDP를 구매하려 한다면 당연히 최근 출시된 프로그레시브 스캔 지원의 고급 플레이어를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 제품은 멀티채널 아날로그 아웃풋을 통해 멀티채널 SACD 재생 뿐만 아니라 내장 돌비 디지털 디코더를 통해서 돌비 디지털 방식의 사운드 트랙 재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아날로그 출력단을 AX-1의 멀티채널 입력단에 연결하고 DSP를 바이패스 시킨 음질과 디지털 출력을 통해서 AX-1의 디코더를 통해 재생한 음질을 비교해봤는데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SACD-1000을 통한 재생이 중역대가 좀 더 깨끗한 듯이 들렸는데 정확히 레벨매칭을 한 것이 아니라서 확신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었다. 그리 유용하게 사용될 것 같지는 않지만 내장 디코더를 통해 재생하는 음질도 음장 모드만 없을 뿐 그 자체로는 흠잡을 데 없었다.

    SACD

    SACD 재생 능력은 멀티채널 타이틀을 구할 수가 없어서 2채널 재생만 살펴 보았는데 위에서도 밝혔듯이 타이틀(Debussy, Ravel, Faure : Piano Trios-The Florestan Trio/ Hyperion) 자체의 품질이 좋지 않아서 SACD가 일반 CD에 비해 월등한 음질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SACD 쪽이 공간 속에 존재하는 음원이 입체감이나 고역쪽의 바이올린 음색이 더 자연스러웠는데 이 정도의 우위는 일반 CD를 더 윗급의 플레이어에서 재생하면 느낄 수 있는 정도의 것이었다. 그러나 DVD-A나 SACD 모두 전용 플레이어에서 높은 품질의 타이틀을 재생하면 매우 훌륭한 음질을 들려준다고 알려져 있으며 SACD-1000은 SACD 플레이어로서 스테레오 파일 B 클라스에 랭크되어 있다. 그리고 멀티채널 재생이 가능하므로 최근 출시되기 시작한 멀티채널 SACD 타이틀도 재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 제품은 이외에 DVD 대응이므로 DAD 타이틀 또한 당연히 재생할 수 있는데 24/96 포맷으로 마스터링된 ‘Dave’s True Story’의 “Sex without Bodies"와 같은 타이틀을 재생해보면 이 타이틀을 DV-525같은 보급형 플레이어에서 재생하는 것보다 더 풍부한 음색과 자연스러운 해상도를 들려준다. ‘Walk on the wild side’와 같은 곡에서는 매우 넓게 펼쳐지는 스테이지와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해상도가 인상적이었다. DAD 타이틀이야 DVD-A를 흉내낸 틈새 포맷이지만 이러한 차세대 대응 포맷을 들어보면서 필자가 느끼는 것은 차세대 포맷의 유리한 점은 더 낮은 가격의 플레이어에서 지금의 중급대 이상의 CD 플레이어에서 재생되는 수준의 음질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것과 멀티채널 시스템에 대응하기 때문에 더 다양한 형식의 음반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세대 포맷에 관심을 가지는 사용자중 SACD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분이라면 이 제품을 가지고 다음 포맷을 기대해 볼만 하다.

    CD

    일반 CD 타이틀의 재생능력은 필자가 사용하는 나드 S300 인티와 포커스 오디오의 FS-78 스피커를 사용하여 평가하였다. 리뷰 기간동안 필자에게 에이프릴의 스텔로 CDP 2차 튜닝분이 전달되어 있었고 동가격대의 CDP와 비교를 위해 하이파이넷의 필자이신 문한주님께 기계를 전달하여 아캄의 FMJ 23 CDP와의 비교를 의뢰했다.

    SACD 1000의 CDP로서 가장 큰 장점은 음색의 자연스러움과 풍부함에 있다. 보통 요즘 속속 등장하는 복합기들-특히 DVDP와 결합된- 을 보면음색이 가늘고 저역의 확장감이 부족하고 다이내믹스도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제품은 일단 풍부하면서도 둔탁하거나 두껍다고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음색을 들려준다. 음색이 풍부한 것과 중역대의 강조로 인해 음색이 두꺼워지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는데 음색이 풍부하다는 것은 하모닉스의 디테일이 좋기 때문에 배음의 왜곡이 적으면서 충분하게 표현됨으로써 그 악기 고유의 음색을 최대한 손상시키지않고 전달함을 말한다. 이 제품은 중고역대에 있어서는 이러한 풍부한 음색을 매우 훌륭한 수준으로 표현해 주었다. 또한 미세한 다이내믹스의 변화를 무척 훌륭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모든 연주들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며 전체적으로 여유있고 느긋하게 연주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로 인해 청취자로 하여금 하드웨어의 성능에 주목하기 보다는 음악에 집중하도록 만들어 준다.

    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의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집(J.S. Bach : concertos/Fabio Biondi, Europa Galante/Virgin-Veritas)에 수록된 협주곡 G minor(BWV 1056)의 2악장을 들어보면 독주 바이올린의 미세한 다이내믹스의 변화 및 그에 따른 바이올린 음색의 미묘한 변화가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이 악장은 선율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에 대충 연주해도 기본은 하는 곡인데 SACD-1000을 통한 재생에서는 연주자가 단순한 피치카토의 반주에 맞춰 얼마나 감성적으로 프레이징을 구성하는 지를 흡족하게 들려 주었다. 흔히 날리는 송진가루의 알갱이가 보이는 듯하다는 식의 오디오적 쾌감을 말하는데 이 제품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면 송진가루는 안보여도 연주자의 표정이 그려지는 듯한 쾌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러한 쾌감은 안느 소피 폰 오터와 엘비스 코스텔로의 퓨전 앨범인 ‘For the Stars’(For the Stars Anne Sofie von Otter meets Elvis Costello/Deutsche Grammophon),를 들어봐도 확실히 느껴졌는데 ‘The other woman’같은 곡에서 표현되는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 끝에 묻어나는 미세한 바이브레이션의 변화는 이 제품이 목젖이 보일 듯한 해상도를 갖고 있기 때문인 아니라 자연스럽고 풍부한 음색과 미세한 다이내믹스를 잘 표현해 주기 때문이었다.

    키스 자렛의 ‘Standards in Norway’(Keith Jarrett Trio : Standards in Norway/ECM)중 ‘Little Girl Blue’를 들어보면 광채가 나는 듯한 풍부한 피아노의 음색도 훌륭하지만 도입부 솔로가 끝나고 베이스와 드럼이 합류할 때 살짝 울리는 하이햇의 소리도 답답하지 않고 상쾌하게 잘 표현해 주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가격을 뛰어넘는 해상도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음악 감상에 필요한 디테일은 거의 놓치지 않고 들려주기 때문에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보다 디테일이 더 좋고 해상도도 좋으려면 금전적으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적어도 $2000 아래의 제품에서 기대되는 해상도나 디테일은 충분하게 보여준다. 이를 뛰어 넘지는 않지만 결코 모자라 편은 아니다. 필자에게 같이 전달된 에이프릴 스텔로 2차 튜닝분과 비교해 보면 2차 버전이 1차 버젼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음색을 표현해 주는 쪽으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SACD-1000과의 비교시 매우 아쉬운 점으로 남았는데 이는 스텔로가 좀 모자란다고 보기 보다는 SACD-1000이 이 부분에서 워낙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이러한 자연스러움과 섬세함에 반해 아쉬운 부분은 저역의 어택 및 커다란 다이내믹스의 변화를 표현하는 능력이다.  밸런스 면에서 풍성하면서도 부담주지 않는 저역의 양감을 느낄 수 있지만 매우 단단하고 강렬한 어택을 보여주는 저역이라고 하기에는 힘들다.

    제니퍼 원즈의 ‘The Hunter’ 중 ‘Way down deep’을 들어보면 도입부의 북소리가 양적으로는 충분하게 나오는데 매우 힘있게 내려치는 느낌은 주지 못하며 음색 또한 정확하지 않았다. 또한 여러 음반에서 들려주는 스네어나 베이스 드럼의 소리는 그다지 탄력있고 상쾌하지 못했다. 스텔로가 이런 면에서는 더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페이스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을 쓸 때에는 항상 조심스러운데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SACD-1000이 퍼진 저역을 들려준다든지 페이스가 무척 느리다든지 하는 제품은 아니다. 다만 중고역대의 화려하면서도 풍부한 음색과 섬세한 디테일에 비해 탄력있는 어택이 주요시되는 타악기나 베이스 파트의 아티큘레이션 및 음색의 정확함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단단한 저역을 얻기위해 전체적으로 꽉 조여진 음색쪽으로 튜닝한 제품보다는 좀 덜 단단해도 자연스러운 밸런스 및 음색을 선호하는 사용자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재생능력이라고 보여진다.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려면 확실히 더 높은 그레이드의 제품을 선택해야 하며 가격이 높아졌다고 해서 이런 모든 요소들을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 제품은 매우 훌륭하고 적절하게 튜닝되어 있으며 같은 가격대의 단품 CDP와 비교해도 튜닝 포인트에 따른 취향의 차이가 날 뿐이지 절대적으로 뛰어나다든지 못하다든지 하는 수준의 제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스테이징이나 이미징 등에서는 특별히 뛰어나다든지 특별히 모자란다든지 하는 점은 없었다. 다만 무대를 만드는 스타일이 옆으로 길고 뒤로는 그리 깊지 않은 쪽으로 느껴졌는데 기본적으로 디스크에 있는 정보를 충실하게 재생한다고 보면 된다. 단 고가의 기기에서 느껴지는 숨막히도록 깨끗한 배경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이 가격대에서 기대되는 성능은 충분히 보여준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풍부하면서 자연스러운 음색을 바탕으로 디테일의 표현이 뛰어난 매우 involving한 음질을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동가격대의 제품과 직접 비교를 하면 어떤 성능을 보여주는 지 궁금하여 문한주님께 제품을 전달하여 아캄의 FMJ 23과 비교를 부탁했고 다음은 문한주님의 답변이다.

    필립스 SACD-1000으로 재생한 CD타이틀의 재생수준은 스테레오파일 B클래스 급의 다른 단품 CDP와 대등한 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자연스러운 음색은 이 기기의 최대 강점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성악곡 및 독주곡에서 보여주는 여유로운 프레이즈의 처리가 돋보이며 음악의 세부에서 드러나야 할 디테일이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고역은 갑갑하지 않으며 저역은 꽤 묵직하고 풍성하게 들립니다.
    다만 트랜지언트 특성이 아캄 FMJ23CD에 비교하면 약간 떨어지는 편인데, 비교대상이 FMJ이어서 그렇지 다른 제품에 비교하면 지극히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스테레오파일 B클래스에 같이 랭크되어 있는 M사의 제품에 비해서는 다이나믹스와 트랜지언트 재생수준이 현저히 뛰어나며, D사의 제품과는 거의 동급수준이라고 보여집니다.
    대편성곡에서 숨가쁘게 클라이맥스로 치달아오르고 그런 긴장감이 일시에 극적으로 해방되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만끽하는 것을 제일로 치는 분에게 있어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대신에 아름다운 음색이나 음악적인 느낌을 중시하는 분에게 있어서는 반드시 들어봐야 할 기기로 추천합니다.
    제 경우에는 진동이 원활하게 위 아래층으로 전달되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어서 대편성 곡을 자주 듣지 못하고 있으며 소음량으로 듣는 경우가 많은데 (당연히 음반도 관현악곡이 적습니다) 필립스 SACD-1000은 이런 환경에서 소리가 아니라 음악을 듣는데 치중하도록 이끄는 자력(磁力)이 있는 제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글을 맺으며

    최근 발매되는 디지털 기기들은 홈 씨어터 및 멀티채널 시장을 염두에 둔 제품들이 많다. 필립스의 SACD-1000 또한 이전의 SACD 플레이어들과 달리 멀티채널 재생을 기본 사양으로 하며 동시에 DVD 재생 기능까지 추가하고 있다. 이런 복합기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하이파이 사용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CD 재생에 있어서 만족할 만한 성능을 보여주는 기기는 드물다. 따라서 하이파이적 성능을 보장 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전용 CDP를 구매해야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SACD-1000은 CD 재생에 있어서 놀랍도록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놀랍다는 것은 이 가격대를 훨씬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준다는 것이 아니라 여러 매체의 재생이 가능한 복합기이면서도 동가격대의 단품 CDP와 동등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DVDP로서의 성능이 동가격대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심각한 비디오 파일이라면 전용 DVDP를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하이파이적 성능을 좀 더 고려하는 사용자라면 그리고 지금 단품 CDP의 구매를 고려하는 사용자라면 충분히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더군다나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에 비해 무척 낮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동가격대의 단품 CDP와 비교시 기능상으로 월등히 비교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100만원대 후반의 단품 CDP의 구매를 고려중인 분이라면 이 제품을 심각하게 청취해 볼 것을 권한다. 아마도 당신의 마지막 CDP이자 첫번째 SACDP가 될 것이다. 그리고 덤으로 중급 이상의 DVDP를 얻게 될 것이다.

    시청기기

    SACDP : Philips SACD-1000
    DVDP : Pioneer DV-525, Pioneer DV-S9
    Display : 삼성 29A7K/ 29A7DR 완전평면 TV
    Inte Amp : NAD S300
    A/V Reciever : Yamaha AX-1
    Speakers : Focusaudio FS-78 /B&W Signature 30/ Sound Dynamics RTS-1
    Interconnects : Supra EFF-I PPX (unbalanced)
    Speaker cables : Discovery Signature
    etc : 세신 EMC SEISE-2405 멀티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