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dCS 엘가 DAC

hifinet 1999. 2. 19. 23:33

박우진(acherna@hifinet.co.kr)

최근 가장 많은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컴포넌트로서는 단연 디지털 기기들을 들어야 할 것이다. 기존의 디지털 기기 전문 메이커들이라고 할 수 있는 와디아, 메리디안, 세타 외에도 대부분의 앰프 메이커들인 크렐, 마크 레빈슨, 클라세, 첼로, 스펙트럴 등이 저마다 의욕 넘친 신제품들을 내어놓고 있으며 그에 대한 반응도 대단히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반면에 아포지 일렉트로닉스라든지 이번에 소개하는 dCS처럼 프로용 기기에서 실적을 쌓은 실력파 업체들의 가정용 하이엔드 오디오 진출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dCS(data Conversion System)라고 하면 가정용 오디오 분야에서는 조금 낯선 이름이지만 군용 및 위성 통신 기기나 업무용 녹음기기에 사용되는 AD/DA 컨버터로 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영국 케임브리지에 근거지를 둔 전자 장비 제조 업체이다. 그리고 Elgar는 위풍당당 행진곡이나 수수께끼 변주곡으로 유명한 영국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에 기인하여 dCS가 야심적으로 개발한 초고가 가정용 하이엔드 컨버터에 붙여진 이름이다.

  • DA 변환부: 64배 오버 샘플링, 5비트 DAC
  • 디지털 입력 단자
    - 동축 2계통(RCAx1, BNCx1),
    - XLR 2계통, 광학식 2계통(ST 링크x1, TOS 링크x1)
  • 입력 샘플링 주파수: 33kHz, 44.1kHz, 88.2kHz, 96kHz
  • 아날로그 출력: 언밸런스 1계통, 밸런스 1계통
  • 아날로그 출력 레벨: 6v/2v 변환 가능
  • 아날로그 출력 임피던스: 50Ω(언밸런스) 2Ω(밸런스)
  • SN 비: 110dB
  • 크기: W42xH7xD37cm
  • 무게: 15kg
  • 비고: 볼륨과 밸런스 컨트롤을 갖춘 D/A 프로세서, 리모트 컨트롤 가능
  • 가격: $12,000/1,400만원
    가정용 하이엔드 오디오의 조건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디자인일 것이다.(물론 무엇보다도 들려주는 소리가 훌륭해야겠지만) 디자인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업무용 기기를 만들어 오던 dCS가 Elgar를 설계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 결과 Elgar는 피라미드의 아래 받침만 남긴 듯한 독특한 모습에 위 패널에는 천연 석재를 얹음으로써 다른 회사 제품들의 비슷비슷한 얼굴들과 차별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전면에는 다양한 기능을 디스플레이할 수 있도록 녹색의 LED matrix 패널을 가운데에 양옆으로 부착하였고, display brightness, phase inverter, de-emphasis choice, input selector, mute, volume/balance 등의 선택 스위치가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다. 그리고 맨 오른쪽에 있는 작은 손잡이는 바로 0.5dB 스텝으로 -60dB까지 줄일 수 있는 볼륨이다. 끝없이 돌아가는 볼륨은 쉽고 간편하게 원하는 음량으로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테뉴에이션 값이 디스플레이에 표시된다.

    이러한 레벨 컨트롤 방식은 마크 레빈슨 No.38 프리 앰프에서 이미 낯이 익지만 컨버터에서는 처음 보는 듯 하다. 디지털 프리 앰프를 지향하는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DVD와 위성 PCM 라디오 방송이 대중화될 경우 더더욱 두드러져서 조만간 현재의 아날로그 프리 앰프를 대체하게 되리라고 필자는 확신하고 있다. 뒷면의 무수히 많은 단자에 대해서는 위에 적어둔 사양을 참조하기 바란다.

    그렇지만 사실 회색빛 Elgar의 디자인은 가격을 고려한다면 그렇게 인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Elgar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겉모습보다?최신 기술로 치밀하게 설계 구성한 내부에 있다. 업무용 기기로 정평 있는 dCS952의 회로를 기본으로 한 메인 기판과 그 상부에 장착한 플러그 인 스타일의 서브 기판은 오디오 기기라기보다는 오히려 컴퓨터 보드를 연상시킨다. 모양만 컴퓨터 기판같은 것이 아니라 실제 볼륨과 밸런스 컨트롤은 모두 내장 DSP로 수행하고 그 신호처리는 프로그램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제어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대개의 DA 컨버터들이 각기 장단점이 있는 8배 오버 샘플링의 멀티 비트 DAC나 256배 오버 샘플링의 1비트 DAC를 사용하는 반면에 Elgar의 경우에는 기존의 방식 대신 그들이 “Ring DAC"라고 부르는 5비트 64배 샘플링의 델타 시그마 방식 DAC를 사용하여 현존 컨버터 중 최고의 S/N비와 리니어리티 성능을 달성하고 있다. 이 “Ring DAC” 방식은 멀티 비트와 싱글 비트의 장점만을 취한 가장 선진적인 그러나 대단히 복잡한 회로로 구성되어 있다.

    Elgar는 96kHz와 24bit 디지털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실제로 96kHz로 녹음된 음반이 없는 현재 향후 발전할 수 있는 디지털 오디오의 미래와 현재를 연결시켜 보고자하는 의도로 생각된다. 그러나 Elgar의 DA 전환시 분해능은 실제 19bit에 상당한다고 하며 이 부분은 향후 개선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시 청

    편의상 필자의 Wadia 21 일체형 CDP의 디지털 아웃 단자와 Elgar의 동축 입력을 MIT의 디지털 케이블로 연결하고 Mark Levinson No.331에 직결하여 시청하였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 정도 수준의 컨버터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좀 더 그레이드가 높은 레퍼런스 격인 시스템에서의 평가가 필요舊?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몇몇 분들의 시스템에서 얻은 이 기기의 인상은 필자의 시스템에서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음을 덧붙여 둔다.

    Schumann/ Lieder (Decca)
    sop) Barbara Bonney
    pf) Vladimir Ashkenazy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듯한 고요한 무대 위에 가수와 반주자가 다소곳이 서있다. 눈감으면 바로 2층 가운데 바로 앞에서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온화하게 울려 퍼지는 은은한 목소리가 달콤한 여운과 함께 나긋하게 귓가에 다가온다. 열린 고역, 살아 숨쉬는 듯한 음장. 그리고 살짝 내뿜는 입김이 느껴질 것 같은 맑게 개인 실연의 공간을 느끼게 하는 분위기 재현 능력은 Elgar에서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음색도 대단히 중립적인 편으로 과다하게 번들거리는 윤기라든지 축축한 물기와는 거리가 먼 소리였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좀더 진한 색채감이 어린 화려한 소리가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곱게 다듬어진 세련된 사운드를 싫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Prokofiev/ Sinfonia Concertante (DG)
    Orch) Russian National Orchestra
    Cond) Mikhail Pletnev

    앞에 있었던 벽이 사라지고 무대가 한없이 넓게 느껴진다. 이렇게 넓은 음장은 다른 어떠한 일체형 CDP나 컨버터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놀라운 것이었다. 아니 불과 12cm 직경의 CD 안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숨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관현악곡을 감상할 때 Wadia 21이 각 악기의 음상을 다소 불명확하게 겹쳐서 들려주는 것과 비교하면 Elgar가 그려내는 각 악기의 음상은 훨씬 더 초점이 또렷하고 구분이 명확하여 보다 더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모난 곳 없는 평탄한 밸런스도 역시 Elgar의 세련된 사운드를 특징짓는 부분임에 틀림없다. 고역을 뒤덮는 입자라든지 중역의 왜곡 저역의 뭉개짐 등 어느 부분에서도 귀를 거슬리는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특히 중역대의 음표를 정확하게 들려주는 디테일 재현능력이 매우 인상적이다.

    상대적으로 저역의 무게감이나 박력은 다소 부족한 듯도 하지만 타음과 사그라짐 어느 부분에도 억지스러움이나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 대단히 편안한 느낌을 갖게 한다. 여음이 공간에 떠돌다 사라질 때까지의 아름다운 순간 - 다른 기기에서 너무나 쉽게 놓쳐버리고 마는 - 이 바라는 만큼 길게 감상자의 귓가에 감돌다 사라진다.

    Elgar가 들려주는 관현악곡에서는 드넓은 음장 공간, 정확한 음상의 묘사 능력, 공간의 투명도와 탁월한 디테일 재현 능력이 어우러져 악보상의 모든 음표를 하나하나 살려주고 화성의 아름다움을 절묘하게 들려주는 음악적인 완벽함으로 표출되었다.

    Chick Corea/ The Works (ECM)

    느긋하고 유연한 저역은 이 음반에서는 무언가 핀트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는 오히려 필자가 사용하는 Wadia 21의 잘 조여지고 단단한 저역과 조금은 긴장된 듯한 어택이 더 음악적인 효과를 살려주고 있었다. 울림이 고운 강당에서 듣는 듯한 세련됨은 또 나름대로의 맛은 있었다. 그러나 베이스 기타나 드럼과 같은 악기의 재생에 있어서 음악을 이끌고 흔들어내는 리듬의 표현에 다소 소극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결 론

    최근 1-2년 동안 제작되는 CD들을 들어보면 가정용 하이엔드 기기의 발전 속도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음질 개선이 음반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제 바야흐로 디지털 기술이 본격적인 발전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과정에서 등장한 Elgar는 현대 디지털 기기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래의 가능성을 예감하게 하는 컨버터이다. 특히 완벽에 가까운 음장 재현 능력과 복잡한 오케스트레이션을 풀어내어 하모니를 들려주는 능력은 기대치를 훨씬 뛰어 넘고 있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CD에서 이 정도의 소리를 끌어낼 수 있다는 데 대해 놀라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즐거워하기도 했다.

    장래의 96kHz 음악 소스에 대응할 수 있는 선진성 그리고 직결 가능한 디지털 볼륨 장착, 사용상의 편의를 고려한 다양한 기능 등도 Elgar의 군계일학적 음질과 함께 이 기기의 가치를 빛내는 요소들로 부족함이 없다. 필자의 기본 입장은 오디오도 하나의 상품이라는 것이고 이왕이면 완전하게 만들어진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때문에 현존 컨버터중 가장 주도 면밀하게 설계된 Elgar를 추천함에 있어서 주저하지 않는다. 다만, 생각해 볼 부분을 몇 가지 덧붙이면서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Elgar의 가격은 대부분의 오디오 애호가가 선택할 수 있는 예산의 범위를 초과하고 있다. 만일 700만원정도의 컨버터와 역시 그 정도 가격의 프리 앰프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분명히 직결하여 사용할 수 있는 Elgar를 구입하는 쪽이 음질적으로도 우세할 테고 케이블 등의 별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권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은 요즈음 특히 급속도로 발전하는 중이고 그에 따라 더욱 저렴한 가격에 같은 회로를 구성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현재 볼륨 조절이 가능한 디지털 프리 앰프 개념의 DAC로는 Wadia 27($8,500/830만원)이 있다. 직접 곁에 두고 비교할 기회는 없었으나 수 차례 Wadia 27을 들었던 기억으로 미루어 보건대 Elgar와 Wadia 27의 총체적인 음질 차이는 사실 대단히 미미하여 스피커 위치를 바꾸거나 케이블을 바꾼 것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기기만을 써야 만족하는 분이 아니라면 결국 이 두 기기 간의 가격 차이는 Elgar의 다소 우세한 음질로만은 합리화될 수 없다. 이는 Elgar의 사용자 위주의 디자인, 미래지향적인 설계(편리한 볼륨 컨트롤이나 96kHz에의 대응과 같은)로 인한 가격 차이가 될 것이다. 과연 그러한 Elgar의 개성을 높이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과 예산 설정 정도에 의존할 것이다.

    사용 시스템

    Dynaudio Contour 2.8
    CD Player
    Wadia 21
    Amp
    Mark Levinson No.331
    Interconnect Cable
    XLO 2.1 Signature
    Speaker Cable
    Transparent Music Wave Super
    Power Cords
    XLO Type 10 Reference
    Power Conditioner
    Tice Power Block II
    Accessary
    Black Diamond Racing Pyramid Cone Type I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