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박우진

서론
야마하에서 순수 오디오 제품으로 인티앰프와 SACD 플레이어 조합의 시스템을 출시했다. 이 두 제품은 야마하의 고급 스피커 라인업인 소아보와 함께 매치되어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 감상 방법을 제안하게 된다. 야마하가 퓨어 오디오 분야에는 거리를 두어왔기 때문에, 근래의 오디오 팬들에게 야마하의 음악 시스템은 주로 미니 콤포넌트 시스템으로서 인식되어 있을 것이다. 90년대 이후 야마하의 관심은 음장 기술을 탑재한 홈 시어터 앰프 제품에 집중되어 있었다. 물론 스피커, 서브우퍼, 그리고 프로젝터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하이파이넷에 리뷰된 제품들을 살펴봐도 "야마하=AV 앰프"라는 공식이 거의 들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야마하라는 회사 자체의 출발점이 순수 오디오였다는 점, 그리고 거의 모든 종류의 악기를 생산하는 등 음악 현장에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종합 오디오 브랜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새로운 하이파이 시스템 출시의 배경
야마하는 작년부터 자사의 정체성을 "사운드 컴패니"로 규정하고 음악과 소리에 대한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야마하의 일본 홈페이지에 소개된 자료에 따르면, 야마하 오디오의 역사는 거의 9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려 90년 전인 1920년도에 축음기를 제조하였고, 꾸준히 오디오 제품을 발표해왔다. 그리고 1970년대에 개발한 NS-10 스튜디오 모니터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지금은 이 모델이 단종이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스튜디오에서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물론 야마하는 DVD 시대를 넘어 BD에 이르러도 음악 애호가들은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또 영화 감상을 겸하는 다용도의 홈시어터 제품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데 부족함을 느끼는 사용자들도 의식하고 있었다. 근래 야마하의 홈시어터 앰프들을 들어보면, 특히 퓨어 다이렉트 모드에서의 음악 재생 성능에서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야마하가 다시 원래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순수 오디오 제품에 전력하게 된 것은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대단히 반가운 소식이 되겠다.


디자인
복잡한 기능보다는 음질 위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도록 간결하면서도 고상하게 마무리한 디자인이다. 은색 패널 디자인은 과거 야마하의 제품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다시 살려낸 것이다. 버튼의 디자인이나 작동 방식이라든지, 사이드 우드 패널, 게다가 지금 시점엔 어울리지 않는 포노 입력까지, 이 모든 부분이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회고적 제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번잡스러운 버튼과 요란한 무늬 없이 단순하고 절제된 모습에 호감을 느낀다. 이 제품의 디자인은 다른 요소는 배제하고 소리에 보다 많은 정성을 기울였음을 구매 예정자들에게 인식하게 한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뿐 아니라 많은 분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CD-S2000 SACD 플레이어
새롭게 개발한 사일런트 로더는 작동감이 극히 부드럽고 다른 어떤 제품보다도 얇고 날렵한 트레이를 지닌다. 미끄러지듯이 날렵하게 빠져나오는 트레이는 작동 시에 사용자에게 큰 만족감을 준다. 공진 차단에 유리한 알루미늄을 절삭해 만든 트레이를 채택하여 미적인 효과 뿐 아니라 진동 차단 효과도 높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그리고 메카니즘에는 진동이나 회전 불균일성을 유발시키지 않는 브러쉬리스 스핀들 모터를 탑재해서 디스크에 수록된 신호를 남김 없이 추출한다고 자랑한다. 내부 회로의 특징으로는 풀 밸런스 회로를 들고 있다. 밸런스 회로는 정위상과 역위상의 두 신호를 발생시키고 이를 합칠 때, 공통 성분의 노이즈가 제거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다만, 두 개의 신호를 전송하는 문제 때문에, 부품의 투입이 많아지므로 제대로 된 밸런스 회로를 갖춘 제품은 그리 흔하지 않다. 야마하에 따르면 채널당 2개의 스테레오 DA 컨버터를 +와 - 부에 각각 적용하고 이를 두 신호의 차이를 증폭하는 차동 증폭 방식으로 작동시켜 밸런스드 출력을 얻는다고 한다. 예전에 와디아 같은 하이엔드 제조 업체에서 사용한 방식으로 제대로 된 밸런스 출력을 제공하는 회로를 지닌 셈이다. 이 경우 물량 투입이 필요해지는 것은 필연적인데, 아래 사진을 보면 오른 쪽 보드에 다른 제품에 비해 비교적 많은 숫자의 부품이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름 그대로 풀 밸런스 회로를 구성하기 위해 치루어야 할 댓가인 셈이다. 그리고 디지털 부와 아날로그 출력부에는 각각 별도의 트랜스포머를 적용함으로써 노이즈가 서로 혼입되지 않도록 했다. 이 부분 역시 이 클래스의 제품으로는 거의 처음 보는 오디오 중심적인 설계와 과감한 물량 투입이라 하겠다. 컨스트럭션 부분에선 디스크 로더를 정 중앙에 배치하고, 중앙 프레임으로 보강해서 진동 발생을 차단한 것도 특징. 게다가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출력을 오프하는 퓨어 다이렉트 모드도 탑재했다. 디스플레이를 오프하는 것도 음질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실감한 적이 있다. 실제로 이 제품에서 퓨어 다이렉트 모드의 소리를 들어보면 소리의 배경이좀 더 차분해지면서 보다 작은 소리까지 섬세하게 변화한다.


A-S2000 인티앰프
역시 소스 입력에서부터 스피커 출력 직전까지 풀 밸런스 회로가 유지되도록 하였다. 싱글 엔디드 입력이나 포노 입력에 대해서도 밸런스 신호로 전환하여, 완벽한 노이즈 캔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원부의 커패시터도 채널 당 +와 -에 대응하는 부품이 투입되었다. 아래는 프리 앰프 부분의 회로 보드인데, 역시 상당한 물량 투입이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고음과 저음 조절 용도의 톤 컨트롤도 장비했다. 하이엔드적인 사고 관점에서 앰프의 톤 컨트롤은 신호에 불필요한 변화를 가하며 음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대개의 하이파이 제품에서는 톤 컨트롤을 배제하고, 순수한 신호를 재생하는 것을 내세운다. 야마하에서도 그런 부분을 감안하여 톤 컨트롤을 가운데 0지점에 맞출 경우에는 톤 컨트롤을 바이 패스하도록 배려했다. 밸런스 회로에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음량 조절에 사용되는 부품이다. 야마하에서는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게인 에러를 피할 수 없으므로, 디지털 볼륨을 사용하여 정상과 역상의 음량 조절을 완벽하게 매치시키고 있다고 소개한다. 또한 그림에서 보듯이 2개의 볼륨 조절기는 트레블과 베이스의 조절에 사용된다. 이 제품의 경우 톤 컨트롤을 중립에 두었을 경우 베이스와 트레블 조정을 바이패스하도록 회로를 구성하였다. 디지털 볼륨을 사용하였음에도 볼륨 조작감은 아날로그와 상당히 근접하게 하였다. 일반적인 앰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NPN-PNP 트랜지스터 조합의 컴플리멘터리 증폭 방식은 증폭 회로나 입력 단자가 그라운드되어 있으므로 노이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야마하는 '플로팅 밸런스 파워'로 명명한 새로운 증폭 방식을 도입해 외부 노이즈의 유입을 원천적으로 제거하였다고 주장한다. 2개의 NPN 트랜지스터가 극성을 달리하여 좌우 대칭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 때 피드백 회로까지도 그리운드와 분리하였으므로 노이즈 혼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밸런스란 말은 다 알다시피 균형을 의미하는데, 회로에서만 좌우 균형을 이룬 것이 아니라, 제품 내부를 봐도 좌우가 완벽한 대칭 구조로 구성되었다. 야마하에서는 자사 제품의 내부를 즐겨 보여주는 편인데, 정확히 제품을 설계하고 수준급의 부품을 사용하며, 조립에서도 결함이 없음을 알려주고 싶은 것 같다. 위 사진을 보면 파워 앰프부가 실질적으로 좌우 채널이 완전히 분리된 듀얼 모노럴 방식의 구성임을 보여준다. 밸런스 회로를 위해 평활용 콘덴서도 정확히 4개가 사용되었다. 소스기기와 마찬가지로 센터 프레임으로 앰프의 전후 새시를 견고하게 잡아줌으로써 제품의 강도를 향상하고 진동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되었다. 이 밖에 일반적인 인티앰프에서 소홀하기 쉬운 스파이크/패드 선택이 가능한 받침으로 진동 차단에도 만전을 기했다. 이 밖에, MM /MC 대응의 포노 이퀄라이저, 다양한 부하 임피던스에 대응하는 레벨 트리머를 탑재한 고급 헤드폰 앰프, AV 앰프의 프런트 채널 출력 업그레이드에 활용할 수 있는 다이렉트 입력 단자 등의 특징도 갖추었다. 기능성 면에서도 고급 앰프 이상으로 호화롭다고 할 수 있다.


시청평
본 시스템의 시청에는 야마하 소아보2, 그리고 필자가 일년째 사용하고 있는 B&W 802D 두 개의 스피커를 사용했다. 야마하의 고급 북셀프 스피커인 소아보2는 해상력이 뛰어나고, 정확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구현하는 등 그 가격대에서 가장 우수한 스피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야마하의 새로운 사운드 표준을 제시한 소아보 스피커에 어울리는 앰프와 소스 기기로 A-S2000과 CD-S2000은 더 없이 훌륭한 짝이 될 것이다. 또한 B&W 802D 스피커는 야마하의 설계 엔지니어들이 근래 제품 개발, 평가에서의 레퍼런스로 사용하는 제품으로 야마하의 제품 개발 의도를 읽을 수 있는 제품이라 생각된다. 참고적으로는 야마하의 7.1채널 제품인 3800 AV 리시버도 연결해서 청취해 보았다. 먼저 소아보 스피커와의 매칭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순정 조합으로서의 장점을 잘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 원래 북셀프 스피커의 장기 중 하나는 정밀한 사운드스테이지라고 할 수 있다. 플로어 스피커가 라인 소스 형태인데 비해, 북셀프 스피커는 포인트 소스가 되므로 실제 소리 이상으로 또렷한 포커스를 만들어주는 경향이 있다. 좌우 채널의 대칭적인 분리를 철저히 추구한 야마하의 뮤직 시스템이 조합된 결과는 역시 기대대로 사운드스테이지의 재생에서 감탄할 만큼 매우 훌륭했다. 사운드스테이지는 하이파이의 평가 분야에서도 아주 달성하기 어려운 궁극의 목표가 되는데, 그것은 아주 약간의 잘못으로도 쉽게 망가지는 유리 구슬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소아보 2와의 매치에서 이 제품은 아주 맑고 깊은 호수를 들여다보는 것 같이 조용하고 깨끗한 배경에 모든 소리가 섬세하게 담겨진다. 전후 좌우의 공간적 규모나 잔향 같은 섬세한 신호의 재생을 살펴보면 과연 사용자들을 매료시킬 만하다. 과거에 사운드스테이지라는 특성은 미국 계통의 제품들이 주로 추구하던 특성이었고, 일본계 제품들은 모나지 않은 부드러운 음색과 역시 매끈하고 고른 밸런스에 집중하는 인상이었다. 일류 브랜드의 고급 제품에서도 왠지 평면적이고 소리가 앞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그런 선입견이 드디어 바뀔 때가 되었음을 이 제품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음색의 충실한 재현성에서도 이 시스템은 일본 제품으로서, 또 이 그레이드의 제품으로서는 기대 이상으로 진일보했다. 마치 진공관 앰프를 듣는 것처럼 질감이 매끄러워, 오래 들어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예리하지 않고 충분히 해상도 높은 고음도 좋고, 미드레인지의 여유롭고 나긋한 느낌은 여성 보컬의 감상에 일품이다. 목 소리에 담겨진 섬세한 디테일이 고스란히 재생되어 귀를 저절로 기울이게 되고 전혀 지루하지 않다.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는 현의 느낌도 거칠거나 딱딱한 느낌 없이 화사하고 풍부한 하모닉스가 아주 잘 재생된다. 여기서 스피커를 B&W 802D로 들어보면 좀 더 스케일이 풍부한 관현악곡이라든지, 교향곡을 흡족하게 감상했다. 앞서 언급한 사운드스테이지 특성이 잘 발휘되어 악기군의 전후 좌우의 위치와 전체적인 규모감이 잘 표현된다. 아마 이 가격 대의 제품 중에서 사운드스테이지의 특성은 최고가 아닐까 싶다. 좀 더 바라게 되는 부분이라면, 저음이 좀 더 선명하게 부각되었으면 하는 느낌인데, 사실 스피커를 과감하게 드라이브할 수 있는 능력은 사실 인티앰프의 영역이 아닌 셈이다. 초고가의 하이엔드 시스템과 비교한다면 모를까, 일반적인 오디오 시스템에 귀가 익숙해진 분이라면 만족도 100%로, 과연 내추럴 사운드를 들려주는 시스템으로 충분히 납득할 것 같다. 두 스피커에서 모두 좋은 매칭이 되지만, 역시 구동이 보다 용이한 소아보2 스피커와 보다 좋은 매칭이 되는 것 같다. B&W 802D 스피커를 구동하기에는 소리가 다소 가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결론
근래 일본의 오디오들은 제품 개발자들의 소리와 음악을 대하는 방식이 상당히 변화했다고 생각된다. 음향 기기 시장의 불황이 재생음에 대한 보다 진지한 사고를 요구했다면, 애호가들에겐 다행스러운 일이다. 예전의 밋밋하고 둔한 느낌은 완전히 벗겨내었다. 내추럴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크게 달라졌다. 개인적으로는 야마하의 새로운 AV 앰프를 시청하면서도 음악을 중시한다는 조짐이 느껴졌지만, AV앰프에서는 바라기 힘든 보다 순수하고 투명한 음색에 대한 욕심을 맘껏 채워준다. 야마하의 뮤직 시스템은 시대를 뛰어 넘어 멋지게 부활했다. 대단히 성의 있게, 그리고 공을 들여 만들어진 오디오 시스템이다. 그리고 소리도 무척 좋다.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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