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페이즈 E-550 인티앰프

하드웨어리뷰 2007.04.01 22:12 Posted by 하이파이넷 hifinet

posted by 박우진

최근 아큐페이즈의 제품들을 연이어 소개드리고 있는데, 근래 제품들의 성능이 부쩍 좋아졌고, 국내 시장에선 엔화의 약세로 가격 대 성능이 크게 개선된 것이 그 이유가 되겠다.

최근 스테레오사운드의 베스트바이를 살펴보면, 앰프와 디지털 분야에서 일본 제품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일본의 경기 호황 덕분에, 일본 오디오 업체들도 우수한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아큐페이즈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와 높은 평점은 가장 눈에 띈다.


제품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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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문의처 : 퀄리티 캐스트

아큐페이즈의 E-550 인티앰프는 E-530 인티앰프의 후속 기종으로 동사의 여러 인티앰프 모델 중에 최고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 가격도 국내 판매 가격이 680만원으로 상당히 높다.  일본 판매 가격은 58만엔이고, 미국에서는 9,995달러로 판매 가격이 매겨져 있다. 국내 오디오 시장의 실 구입가와 부가세를 고려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수입된 제품과 유사한 수준에서 소비자 가격이 책정된 셈이다. 반대로 미국에서의 아큐페이즈의 가격은 일본 내 가격보다 2배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즉, 해외에서 아큐페이즈는 미국 내에서 가격보다는 음질적인 경쟁력을 인정 받는 제품이다. (수입원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유럽에선 현재 9995유로로 판매되고 있어서 미국보다 1.3배 더 가격이 높다고 한다.)


A급 30와트 출력
E-550 인티앰프의 가장 큰 특징은 채널당 30와트 출력의 순 A급 증폭을 실시한다는 점.

A급 증폭은 가장 왜곡이 적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증폭 방식이다.

아큐페이즈는 예전부터 A급 증폭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 제작사로 유명했다. 과거 크렐, 마크레빈슨, 그리고 아큐페이즈를 A급 증폭 앰프로 손꼽았고 지금도 그런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크렐과 마크레빈슨은 제품의 내구성 문제 때문인지, 근래에는 A급 증폭보다는 AB급에 가까운 제품들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클라세는 회사 이름과는 달리 현재는 A급 앰프를 제조하지 않고 있다. 이와 달리 아큐페이즈는 A30/A45/A60 파워앰프등 다양한 A급 파워앰프군을 동사의 주력 모델로 보유중이다. 이처럼 A급 증폭 방식에 주력하는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 업체로는 패스 래버러토리즈 정도 외에는 없는 것 같다.

아큐페이즈는 하이엔드급 앰프 제조 업체로서는 상당히 많은 인티앰프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E-550을 외에 E-213 / 308 / 408 무려 4기종이나 된다. E-550은 그런 아큐페이즈의 인티앰프로서도 유일하게 A급 증폭을 수행한다. 과거 뮤지컬 피델리티의 A급 증폭 인티앰프(A1, A100)가 많은 음악 애호가들을 오디오 애호가로 입문 시켰듯이, E-550 인티앰프 역시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사실 곱고 달콤한 음색을 자랑하는 A급 증폭 방식의 매력은 정말 감상자에게 잊기 힘든 유혹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전력 소모가 많고 발열에 따른 제품 수명, 그리고 출력의 한계 때문에 현재까지 A급 앰프를 쉽게 만나보기 어렵다. 특히 솔리드스테이트 방식의 A급 인티앰프로 E-550은 거의 유일한 존재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가격이 상당히 비싼데 비해 다른 A급 앰프들처럼 E-550 역시 채널 당 30와트라는 초라한 출력 수치를 갖고 있다. 고출력 앰프가 횡행하는 요즈음에 이 정도 출력이라면 20만원대 미니 콤포 정도 수준이다.

E-550의 전원부는 30와트 출력에 어울리지 않게 430VA 용량의 토로이달 트랜스와 대용량 필터 콘덴서를 탑재한다. 그래서 부하가 반으로 될 때마다 출력을 두 배로 증가시켜 대응하며 채널 당 2옴이면, 120와트를 내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스피커의 공칭 임피던스 수치가 4옴 이하로  아주 낮거나 또 4옴 부하라고 해도 주파수 특성에 따라 2옴 전후로 심하게 변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E-550은 무리 없이 대응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반대로 100와트 출력이라고 주장하는 미니 콤포에 2옴 스피커를 연결하면, 볼륨을 아무리 올리더라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은 소리만 듣게 될 것이며, 심지어 작동에 무리가 생길 수도 있다.

전원부에 여유가 있는 E-550은 극단적인 1옴에서도 150와트 출력을 내줄 수 있다. 다만, 음악 신호에만 대응하며, 이 땐 출력이 두 배로 증가하진 못한다. 참고로 A45나 A60같은 파워앰프들은 1옴 부하에서도 출력이 두 배로 증가하는 괴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아큐페이즈 라인업 내에서만 이야기한다면, 인티앰프의 한계는 있는 셈이다.


AAVA
제작사에서는 E-550의 특징에 대해 볼륨의 위치에 따른 임피던스 변화가 없는 AAVA 방식 볼륨 컨트롤을 탑재한 점을 들고 있다. 이 AAVA 방식은 동사의 프리앰프들이 모두 탑재하고 있으며, 기존 E-530 인티앰프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기도 하다. AAVA에 대해서 조금 살펴보자,.

Accuphase Analog Vari-gain Amplifier…..
“Revolutionary preamplifier topology that eliminates conventional volume controls from the signal path.”

아래 그림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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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자세한 내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위 다이어그램으로 AAVA 볼륨의 원리를 대략적으로 알아볼 수 있겠다.
우선 입력 신호는 V-I(전압-전류) 컨버터를 지나 16개의 전류 스위치에 입력된다. 이 스위치들은 각기 1/2, 1/4, 1/8… 등으로 가중치가 주어져 있는데, 이는 65,536 스텝의 볼륨에 해당한다. CPU가 볼륨 놉의 위치를 검출하고, 전류 온/오프 스위치를 조작한다. 스위치를 통과한 전류는 다시 합쳐져서 I-V 컨버터를 통해 전압으로 재 변환, 출력된다.

아큐페이즈의 설명에 따르면, 가변 볼륨처럼 임피던스 변화로 인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 때문에, 시청 음량 범위 내에서 볼륨을 올리면 노이즈가 함께 커지는 현상도 방지된다고 한다. 게다가 좌우 트래킹 에러가 발생하지 않고, 좌우 밸런스도 AAVA로 처리하기 때문에, 음질 열화가 없다. 그럼에도 기존 아날로그 볼륨과 조작감이 같고, 완전히 아날로그 도메인에서 신호를 처리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AAVA 방식의 단점도 있는데, 볼륨을 올릴 때 아주 작게(무시할 만하다) 틱틱 거리는 소리가 난다.  저렇게 장점이 많은데 비해 조금 틱틱거리는 정도는 이해할만 하다고 본다. 제품의 가치에 손상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

출력 부는 MOS-FET를 트리플  패럴렐 푸쉬풀 방식으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MOS-FET 소자를 탑재한 앰프에선 진공관 앰프처럼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A급 증폭이 아닐 때에는 엷은 막이 드리운 듯한 소리를 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AURA 브랜드의 VA50이나 VA100 인티앰프가 그 대표적인 경우였고, 사용자들이 불평하기도 했다.

또 여기엔 아큐페이즈의 커런트 피드백과 MCS+ 기술이 적용되었는데, 여기에 대한 설명은 아무래도 여기서 설명드리는 것보다는 아큐페이즈의 홈페이지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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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페이즈 앰프의 디자인은 일본계 AV 앰프와 유사하여 고급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E-550도 예외가 아닌데, 골드 패널, 전면 패널 아래 숨겨진 기능 버튼 등 파이오니아나 야마하의 AV 앰프와 유사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이 제품도 튜너만 내장되었으면 영락없이 리시버로 분류되면서 다른 AV 리시버들과 다를게 없는 제품이 될 뻔 했다.  물론 전반적인 만듦새는 과연 일본 제품답게 훌륭하여 물샐틈 없이 단단하고 야무지고 어디 하나라도 흠잡을 데가 없다. 그것도 역시 일본 제품의 특징이라 싫다면 할 말이 없지만....


기능

전면 패널에 보면 소스 셀렉터와 볼륨 레벨 컨트롤이 좌우에 있고, 그 가운데 출력을 표시하는 인디케이터가 자리한다. 그리고 볼륨 레벨 컨트롤 아래에 보면, 어테뉴에이터 버튼과 헤드폰 출력 단자가 있다. 헤드폰 출력 단자는 시간 관계상 테스트해보지 못했다. 어테뉴에이터 버튼을 누르면 -20dB로 음량을 감소시켜준다.

한편 톤 컨트롤과 라우드니스 컴펜세이터가 있다. 흥미롭게도 톤 컨트롤은 음질에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만들어졌다. 라우드니스 컴펜세이터는 소음량에서 저음에 둔감한 청각을 보상하는 강화회로가 되겠다.


입출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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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단자는 밸런스드가 2계통, 언밸런스드가 4계통, 그리고 테이프 입출력이 각기 2계통으로 일반적인 사용에는 부족함이 없다. 대개 인티앰프의 사용자라면, CD 플레이어와 SACD 플레이어, 그리고 어쩌다가 DVD 플레이어를 입력하면 그것으로 끝일 때가 많다. 입력 숫자가 부족한 경우는 DVD 플레이어, LD 플레이어, 블루레이 플레이어, 게임 콘솔, 케이블 셋톱 박스, HD 셋톱 박스, 위성 셋톱 박스 등등을 연결해야 할 AV 앰프나 AV 프로세서가 아닌 다음에야 별로 문제될 일이 없다. 그런데 요새도 테이프 입출력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까. 아큐페이즈 뿐 만 아니라, 이젠 이런 입력 단자는 없어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차라리 전세계적으로 1억대 넘게 팔린 아이팟 입력 단자를 넣어주는게 나을 것 같은데 말이다. 오히려 아이팟 단자는 AV 앰프들이 적극적으로 갖추고 있다.

제품 후면에 보면, 프리앰프 출력과, 파워앰프 입력을 별도로 갖추고 있다. 그런데 파워앰프 입력 단자를 AV 앰프와 연결해서 사용해도 될 지는 안해 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안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앰프가 출력이 작은 제품이라서 게인이 동일한 파워앰프를 추가해서 바이앰핑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 듯 하다.

E-550 인티앰프에는 후면 슬롯에  두 가지 옵션 카드를 장착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다. 포노 입력 보드인 AD-9이나 AD-10을 설치하면, 아날로그 디스크를 감상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MM/MC 전환은 프런트 패널의 스위치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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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C-20이란 이름의 DA 컨버터 보드를 넣어서, DVD 플레이어의 음질을 개선하는데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DAC-20은 아큐페이즈의 CD 플레이어에 적용된 MDS(Multiple Delta Sigma)++ 회로가 적용되었다. 여러 개의 DAC를 동시에 구동해서 왜곡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즉, E-550 인티앰프를 구입하고 옵션 보드를 추가하면, 아큐페이즈의 CD 플레이어를 덤으로 얻게 되는 셈. 물론 이들 보드의 가격도 만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안다.
그냥 언밸런스드 라입 입력이 필요한 경우엔 LINE-9 입력 보드를 장착할 수 있다.

스피커 출력은 A/B로 나누어서 두 개의 스피커를 연결하도록 되어 있고, 스피커 단자도 두 개씩이다. 스피커 출력 단자는 플라스틱 타입이긴 하지만, 매우 크고, 튼튼해 보인다. 단자의 크기에 여유가 있어서, 스페이드 러그와 연결도 매우 편리하고 바나나 플러그도 적용이 가능하다.
파워코드 인렛은 아랫쪽에 나 있어서 전원코드와 다른 연결 줄이 엉키지 않게 되어 있다.
대개 인티앰프 리뷰라고 하면, 기능 설명에 힘을 뺄 일은 없는데, 이 제품은 워낙에 다양한 기능이 많아서 음질 이야기 하기 전에 말이 너무 길어진 것 같다. 마치 AV 앰프 설명하듯이 말이다. 이런 것만 봐도  역시 일본 제품임에 분명하다.


셋업

소스 기기로 타스캄의 CD-1Upro와 아포지의 Mini DAC를 스테레오복스의 밸런스드 케이블로 연결. 그리고 QED  실버 애니버서리 케이블을 써서 B&W 704 스피커와 에포스의 M5 스피커로 감상했다. 또 GLV의 레퍼런스 시청실에서는 역시 아큐페이즈의 DP-75 CD 플레이어를 소스로 하고, 레벨의 살롱 스피커에 트랜스페어런트의 뮤직웨이브 수퍼 스피커 케이블을 연결해 들어봤다. 시청 제품은 리뷰 용으로 돌던 전시품이라서 브레이크 인의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다만, A급 앰프인 만큼 열적인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워밍업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는 느낌은 있다.


시청평

이 앰프의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30와트라는 작은 출력이  될 듯 하다. 그러나 실제 이 앰프를 들어보면 최소한 100와트 급 앰프에서 체감되는 넓고 깊은 사운드스테이지와 강력한 어택, 깊은 저음을 들려준다. 볼륨이 9시 방향도 되기 전에 급격하게 높아지는 편인데, 덕분에 출력이 더 크게 느껴진다. 작은 음량에서나 큰 음량에서나 소리의 성격이 변화하는 일이 없었다. 어떤 앰프는 음량이 작을 때에는 조용하게 들리다가, 음량이 커지면 갑자기 시끄러워진다.

E-550은 아무리 크게 틀더라도(그래봐야 30와트 이내지만) 소란스러워지는 일은 없다. 그리고 작은 음량에서도 충분한 디테일을 들려주기 때문에 심야에 듣는 혼자만의 음악 감상이 대단히 즐거웠다. 오디오 애호가들 사이에선 100와트 앰프도 모자라서 300와트 앰프를 붙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E-550같은 특별한 앰프에서라면 실제론 30와트까지 갈 일도 없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GLV의 레퍼런스 룸에선 마크레빈슨의 400와트 모노 블럭 파워앰프인 No.436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이 앰프는 일전에 다른 동호인의 집에서 그 실력을 확인한 바 있었다. E-550으로 레벨의 대형 스피커인 살롱을 제대로 울릴 수 있을까 하는 점은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정말 기대 이상으로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30와트라는 수치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

E-550 인티앰프에 대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게 아니다. 근래 몇 년 간 오디오를 들으면서 필자의 감성이 상당히 무디어 졌다고 생각해왔다. 최근 제품들은 대체적으로 물리적 특성 면이나 기본적인 음악성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좋게 보면 상향 평준화지만, 어떻게 보면 평범하게 좋아졌다. 그래서 오디오를 통해 감동을 얻는 일이 드문 것 같다.  앰프의 역할은 그저 작은 소리를 크게 만들어주는 가장 단순한 것이다. 소스 기기나 스피커에서처럼 에너지의 포맷이 바뀌는 극적인 변화가 게재할 틈이 없다. 게다가 인티앰프라면, 프리와 파워앰프의 매칭에서 발생하는 오묘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할 이야기가 더 줄어 들게 된다.

E-550 인티앰프의 소리는 간단히 적기 힘들 만큼 많은 인상을 남겼다. 이 앰프는 분명히 A급 앰프의 전형적인 소리를 내준다. 흔히 사용하는 비유처럼 맑은 물 속을 바라보는 것처럼 투명하고 깨끗하면서 아주 감촉이 좋은 소리다. 그래서 어쨌다고?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의 경우 음색을 이야기하면서 촉촉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경우는 얼마되지 않는다. 이런 표현은 대개 진공관 앰프가 독차지 하고 있고, 그 때문에 많은 이들이 진공관 앰프의 매력에 빠져서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를 기피한다. 필자도  300와트나 하는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 대신에 진공관 앰프를 선택해서 즐기기도 했다.

진공관 앰프는 낮은 임피던스의 부하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져서, 소리가 롤 오프되거나, 들쭉 날쭉해지거나 한다. 그리고 출력 트랜스가 개입해서 소리를 무디게 한다는 인상도 분명히 있다. 그 점에서 잘 만든 A급 증폭 방식의 솔리드스테이트 앰프라면, 진공관 앰프에 가까운 부드러운 음색에, 치밀한 디테일에, 마지막으로 탄력있는 저음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출 자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이를테면 투명한 소리를 내는 제품 치고, 풍성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들려주는 제품이 드물다. 그러다 보니 역시 낡은 소자를 사용한 진공관 앰프가 21세기에 이르러서도 최고급 앰프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550 인티앰프의 이야기를 하면서 진공관 앰프와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의 낡은 논쟁 거리를 다시 끄집어 낸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만일 진공관 앰프의 장점에 겨룰 만한 최신의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 중 하나를 든다면 E-550에게 그 충분한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 30와트짜리 인티앰프에 왜 솔리드 스테이트 대표 선수의 타이틀을 붙여주어야 될까? 여러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직접 체험해보시는 것이 좋겠지만, 그래도 필자가 생각하는 이유들을 나열해보겠다.

E-550은 A급 앰프답게 중 고역대의 질감이 아주 농밀하고 매끈하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진하면서도 고운 음색을 들려주어 사용자를 매료시킨다. 특히 여성 보컬이나 현악기의 질감은 이전의 어떤 앰프에서 듣던 것 못지 않게 투명하고 깨끗하게 들린다. 소스 기기만 잘 뒷 받침된다면, 다른 어떤 AB급 증폭 앰프가 넘어설 수 없는 세계를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피아노의 소리를 들어보면, 타격음 이후의 여운이 곱게 감싸고 도는 느낌이다.  들을 것이 너무나 많아져서 풍성하게 차린 식탁처럼 변화한다. 귀를 살찌우는 그런 앰프인 셈이다. 부드럽고 풍부한 소리를 내는 편이긴 하지만, 그리고 무디어지거나 느슨해지는 인상은 없으며, 영롱하고 고운 울림에 푹 빠져들게 된다. 이 앰프로 듣는 소리는 연결된 시스템에서 가능한 만큼, 그렇지만 전에는 몰랐던 자연스러움과 깊이를 전부 뽑아 내 주지 않을까 싶다.

E-550의 디테일 재생은 정말 각별한데, 기존에 듣지 못했던 부분을 조명해서 음악을 감상하는 재미를 새록새록 느께게 해준다. 소리의 여운이 굉장히 곱고 순수하여 잔향 같은 아주 미세한 신호도 일체의 손실 없이 자연스럽게 살려준다. 그 때문에 실제 연주회장의 음향 특성이 그대로 시청 공간에 재현되는 새롭고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깊고 고요하면서, 울림이 깊은 소리에 빠지다보면, 갑갑한 아파트 공간에서 음악을 듣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만 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녹음이 대단히 나쁜 80년대 디지털 시대의 컴필레이션 가요 음반들까지도 잘 울려준다는 것이다. CD 플레이어를 바꾼 것이 아님에도, 이렇게 소리를 바꿔 버린다는 것은 실제로 듣기 전엔 이해하기 어렵다. 그 전엔 마냥 텁텁하고 가볍고 껄끄러운 소리라고 생각하던 음반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면서 이렇게 정감있게 들리는 건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래서 아마 E-550 인티앰프의 사용자라면, 그냥 묻혀두었던 음반들을 모두 다시 들어보게 될 것 같다.

E-550의 단점을 이야기하기는 별로 내키는 일이 아니지만, 완벽한 제품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지는 점을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되겠다. 필자는 이 앰프가 만들어내는 소리의 질감에는 전혀 불만이 없지만, 음색에는 완전히 매료되지 못했다. 마란츠의 앰프들을 연상시키는 화사한 착색이 아주 엷게 덮여 있음을 들을 수 있다. 모든 앰프 제품들은 정도는 달라도 모두 착색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런 착색이 음악적인 효과를 더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부 진공관 앰프의 경우 그런 착색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E-550에 담겨 있는 착색은 필자의 취향에 들어맞는 방향은 아니었다. 그래서 인티앰프보다는 파워앰프로 아큐페이즈의 A급 앰프 중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브랜드의 프리앰프를 연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물론 아큐페이즈의 고급 프리앰프를 들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추측을 하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 밖에 없다.

E-550의 저음은 부드럽고, 풍부하긴 하지만, 스피커의 저음을 단정하게 조여서 탄력 있는 리듬을 부여해주는 타입은 아니다. 과거에 크렐의 S 시리즈 앰프를 리뷰하면서 불평했던 그 정도의 저음은 아니지만, 클래식 음악 외에 다른 여러 음악을 감상하고자 한다면, 조금 더 타이트한 느낌의 저음이 선호될 것이다. 발 장단을 맞추면서 리듬을 따라가기엔 박진감이 조금 부족하다. 대개의 A급 앰프, 또는 MOS-FET 앰프들이 가진 특성이긴 하지만, 다른 부분의 훌륭함을 생각하면 조금 아쉽기는 하다.  



결론
 
E-550의 국내 발매 가격은 680만원으로 무척 높다. 실제 구매 가격과 관계 없이, 600만원대의 인티앰프라는 건 굉장한 부담임에 틀림 없다.

300만원짜리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를 구매하는 것과는 체감하는 가격이 틀리다. 인티앰프라는 존재가 저렴한 제품의 영역이고, 게다가 아큐페이즈가 국내 시장에서 마크레빈슨이나, 매킨토시같은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300만원대의 분리형 제품은 프리나 파워앰프 중 부족한 부분만 우선적으로 교체해서 다른 소리를 즐길 수도 있다. 600만원대 인티앰프의 사용자가 어차피 한정될 수 밖에 없다면, 중고 시장에서 거래하는데에도 굉장한 부담이 따른다.

그렇지만 제품의 성능을 놓고 이야기하면, E-550 인티 앰프는 정말 대단한 가격대 성능을 지닌 제품임에 분명하다. 앞서 언급한 레벨 살롱과의 매칭 예는, 최고급 대형 스피커를 이 앰프 하나로 울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게다가 엔화의 약세로 아큐페이즈의 가격 대 성능 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좋아진 셈이다. 그렇다면 공은 이제 소비자의 손에 있다. 보기 드문 음악성을 지닌 인티앰프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거쳐갈 분리형 앰프 조합을 선택할 것인지 말이다.  

근래 좋은 인티앰프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E-550처럼 정말 감성에 호소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앰프는 만나보지 못한 것 같다. E-550 인티앰프를 들으면서 그 동안 만났던 앰프들이 잊고 있었던 중요한 부분을 다시 발견했음을 깨달았다. 스테레오 사운드의 베스트바이 선정에서 E-550 인티앰프가 No.1으로 선정된 것은 정말 당연한 일이다. 일본 잡지에서 일본 업체의 제품을 추천했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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