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hifinet on 07/21 at 01:53 PM

하이파이넷(webmaster@hifinet.co.kr) 2003-07-21 21:17:51

테스트를 시작하며

100만원 대의 인티 앰프는 하이엔드에 근접한 소리를 내주면서 가격 면에서도 접근성이 높다. 이 가격대 제품들에서는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오며, 경쟁도 치열하다.  하지만 이 기기들을 한 데 모아놓고 각각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어느 제품이 어디에 가장 적합한지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접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이에 하이파이넷에서는 특집으로 가장 주목 받는 100만원 대 인티 앰프들을 모아서 비교 청취해보았다.

테스트에 사용된 음반은 다음과 같다. 

  • Brahms: Sonata in Em No1, Op38; Sonata in F No2, Op99
    by Johannes Brahms, Robert Schumann, Anner Bylsma(Sony Clssical)
  • Best of 1980-1990
    U2 (Polygram Records)
  • Saxophone Colossus
    Sonny Rollins(Orig. Jazz Classics)
  • Mozart: Requiem (The zysmayr Version and the Original Unfinished Version)
    Wolfgang Amadeus Mozart, Christoph Spering, Monica Groop(Opus III)
  • Schumann: Complete Works for Piano and Orchestra(Sony classical)

시청 기기: Arcam FMJ CD23T CD 플레이어, B&W 시그너처 805 스피커, 리버맨 바로크 케이블, 후루카와 인터커넥트

테스터 : 김민영(이하 김), 박우진(이하 박)


Rotel RA-1070

김) 로텔로 브람스를 들었을 때 가장 귀에 들어오는 것은 피아노 소리였다. 오른쪽의 피아노 소리가 명료하고 또렷하면서도, 첼로보다 약간 뒤에 있는 듯한 느낌을 정확히 전달해주었다. 또한 이 노래의 중반부에서는 피아노 음이 매우 낮게까지 내려가는데, 로텔로 들었을 때는 피아노의 저음이 곡 전체를 풍성하고 힘있게 감싸주는 느낌이었다.  현 소리는 정말 주관적인 것이라 쉽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현 소리는 맺힌 데 없이 깔끔하고 또랑또랑한 느낌이었다.

두 번째로 들은 U2의 곡에서는, 곡에서 살짝 느꼈던 로텔의 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이 곡은 저역의 어느 부분이 부풀어 있는지, 저음이 충분히 내려가주는지를 테스트해보기에도 좋고 고역의 개방감이나 상쾌함이 어느 정도인지도 잘 드러내준다. 로텔로 이 노래를 들으니 정말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초반부의 베이스 리프는 저역이 풀어지거나 부풀지 않으면서 단단하고 힘찬 소리를 내주었다. 보노의 보컬도 일반적인 다른 시스템으로 들었을 때보다 더 힘차게 느껴졌으며 고역의 개방감과 클라이맥스에서의 폭발적인 감정표현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악기나 음향간의 분리도가 매우 높아서 첫 곡에서의 악기간의 소리가 명료하고 또렷하다는 느낌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다.

소니 롤린스의 곡을 들어보았을 때에도 로텔은 앞의 두 곡에서 들려줬던 특성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색소폰 소리는 무게감 있으면서도 늘어지지 않고 시원시원했다.  드럼 소리의 강약이 잘 표현됨은 물론 스네어 드럼이 어느 정도로 튜닝되었나 까지 느낄 수 있었다. 이 곡의 백미는 중반부에 나오는 빠르고 강렬한 드럼 솔로인데 로텔은 이 부분의 스피디한 전개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이끌어갔으며, 강력한 저역을 바탕으로 탄탄하고 흥겨운 느낌을 만들어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중고역의 소리가 약간 강하게 들렸다는 것이다.

이어서 들어본 모짜르트 레퀴엠과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에서 로텔이 어떤 앰프인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앞서 말했던 분리도나 중고역이 약간 강하게 난다는 점은 클래식 음악에서는 로텔에 약간 짐이 되는 것 같다. 로텔로 이 음악들을 들었을 때는 사실 별다른 감흥이나 느낌이 없었다. 사실 로텔만 들어서는 그런 느낌만 계속 들 뿐 왜 그런지 알 수가 없는데, 다른 앰프들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어느 정도 이유를 파악할 수 있었다. 주된 이유 두 가지는 섬세한 뉘앙스 표현력과 각 대역간의 조화로움인 것 같다. 유니코나 아캄으로 들었을 때는 하모니가 어우러져서 신경쓰지 않고 노래를 들을 수 있었지만 로텔로 들을 때는 어디 하나 빠지는 데가 없으면서도 무언가 아쉬운 재생음이 나왔다. 그리고 모짜르트의 레퀴엠을 들었을 때 무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왜소하게 느껴져서 조금 의외였는데, 역으로 생각해 보면 로텔은 확실이 저역이 많이 받쳐주는 음악에서 강점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로텔은 녹음레벨이 높고 악기 구성이 비교적 적으며 꽉 찬 소리를 내주는 음반에서는 확실히 강점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재즈, 팝, 락음악, 가요 등에서는 다른 앰프들이 따라오기 힘든 수준으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반대로 클래식 음악에서는 아쉬움을 많이 남겨주었다. 로텔을 단적으로 말하자면 시원시원함과 강하고 단단한 저역, 경쾌하고 호방함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박) 브람스 첼로 소나타에서 첼로 소리는 두터운 음색과 저음이 내려 앉은 안정된 밸런스를 보였다. 하지만 현 소리에 약간의 막이 드리운 느낌이며, 소리가 커지고 줄어들 때 조금 저항이 있는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들린다. 반주의 피아노 소리는 가까이서 듣는 것처럼 악기의 실체가 잘 느껴진다.

U2에서는 베이스 기타의 울림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이런 저음이라면 좁은 공간에서 사용할 경우 부밍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였다. 보컬은 차분하면서도 다이내믹스나 고저의 표현에 여유가 느껴진다. 강하게 내 지를 때조차 부담스럽지 않게 들렸다.  드럼 소리에는 힘과 중량감이 넘친다. 일렉트릭 기타의 어택 역시 예리하다기 보다는 힘이 느껴진다.

소니 롤린스 음반에서 색소폰의 소리는 꽉 찬 듯이 풍부하고 중심이 낮게 들린다. 색소폰이나 심벌즈 등의 음색 면에서 금속적인 광채가 나타나지 않는 점이 아쉽지만, 감상에 그다지 문제는 없을 듯 하다. 스피커의 우퍼를 잘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이며, 피아노 소리의 저음은 페달 사용 시의 긴 울림을 고스란히 들려준다. 퍼커션은 텐션이 너무 단단하지도 않고 적당히 기분 좋게 울리며, 에너지가 충분하다.

원전 악기로 연주한 모짜르트의 레퀴엠에서는 원래 가늘게 느껴지는 고 악기의 소리가 더 가늘게 들리는 의외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연주와 녹음이 원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페라이어의 피아노 협주곡은 무대가 아주 넓고, 깊이도 충분히 느껴진다. 피아노가 두드러지게 돋보이기보다는 오케스트라와 험께 혼연일체가 되어 노래하는 인상이다.  그만큼 악기들을 세세하게 구분해 둘려주는 해상도보다는 소리의 통일성이나 음악성에서 우세를 보인다.

전반적으로 볼 때 단정하고 차분한 느낌의 인티앰프라고 볼 수 있다. 저음이 부푼 듯한 느낌의 포근한 밸런스와, 높은 음량에서도 분리형 앰프에 필적하는 안정감은 로텔 만의 아주 소중한 장점이다. 우퍼의 구동력, 그리고 대음량을 위한 출력에서 다른 앰프에 비해 훨씬 여유가 있었으며, 저음을 확실하게 구동하면서도 빡빡하지 않고 섬세한 울림을 자연스럽게 들려주어서 좋았다. 피아노나 퍼커션 소리의 사라짐(deacy)을 리얼하게 표현하는 점에서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반면의 고음 쪽의 뉘앙스나 뻗침에 있어서는 약간 양보한 느낌이다. 첼로나 바이올린의 현은 윤기가 빠져있고, 색소폰이나 심벌즈의 소리에는 광채가 조금 무뎌진 느낌이다. 따라서 섬세한 실내악이나 독주곡의 감상보다는 클래식 음악이라면 대편성 관현악곡, 재즈나 팝의 재생에서 강점을 나타낼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Unison Research Unico-i

김) 유니코로 브람스를 들어봤을 때, 첼로 소리가 확실히 로텔보다는 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로텔에서는 피아노가 낮은 음으로 연주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유니코로 들었을 때는 신경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아까 그 부분이 어디 갔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역의 풍성함이나 강도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이었다. 이런 느낌은 다른 곡들을 차례차례 들을수록 더 강하게 들었으며 유니코의 특성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이 때문인지 u2의 노래를 들었을 때도 호방하고 시원시원한 느낌이 나지는 않았고, 다른 곡들에서도 저역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또한 u2노래 첫부분의 베이스 재생은 로텔과 조금 달랐는데 로텔의 저역이 탄탄하고 무리 없이 내려가면서 자유자재로 스피커를 구동한 반면 유니코에서는 저음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가장 낮은 음의 약간 윗부분이 살짝 강조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소니 롤린스에서도 드럼 소리의 표현이 섬세하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으며 스피커를 장악하지 못하고 따라다니는 인상이었다.  유니코의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을만한 점은 모두 여기에서 나온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점은 저역 부족이 상대적인 것이지, 음악 재생에서 문제가 되는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청취공간이 매우 넓었다는 점도 언급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시청환경에서는 저역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로텔을 들은 이후에 곧바로 유니코를 들은 것도 한 몫 한다. 이 점은 a85의 테스트를 통해 다시 언급하게 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점 외에 유니코는 로텔의 아쉬움을 상쇄해주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브람스 곡에서도 저음의 양이 부족해서 그렇지 음악적 분위기는 더 잘 표현했다.  U2노래에서도 보컬이 좀더 매력적으로 들렸으며, 소니 롤린스 노래에서 드럼의 심벌즈 소리도 경쾌하였다. 중역 소리의 선이 상대적으로 가늘긴 했지만 대신 음악의 여운과 뉘앙스가 잘 표현되었다.

유니코로 모짜르트 레퀴엠과 슈만을 듣는 일은 확실히 즐거운 경험이었는데 모짜르트 레퀴엠에서만큼은 로텔보다 스테이지가 좌우로 넓었고 코러스의 울림도 잘 표현되었다.  또한 로텔은 코러스의 위치와 음상은 잘 그려주었지만 악기 소리는 뭔가 붕 뜨고 알 수 없는 위치에서 났었는데 유니코에서는 악기 위치가 제대로 잡힌 느낌이었다.  또한 음색이 부드럽고 편해서 들으면서 계속 자연스럽다는 단어가 떠올랐다. 슈만을 들을 때도 음악 자체가 매우 조화롭다는 느낌이었다. 로텔에서는 그런 느낌을 못받았지만 유니코로 들었을 때는 이 곡과 연주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게 되었다.

피아노 소리는 약간 무르고 작게 났지만, 흐릿하다거나 답답하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 기기 중에서는 가장 흐릿하고 무르다는 느낌이었는데 이것이 유니코i의 특성인 듯하다.

유니코i는 음색으로 봤을 때 가장 편안하며, 나긋나긋한 느낌을 준다.  날카로움이나 번뜩임이라는 수사는 별로 어울리지 않고 조화로움과 매력적인 음색을 장점으로 갖는다.

박) 로텔에서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를 들었을 때에는 저음이 바닥에 붙어서 퍼져나간다는 인상이었는데, 여기서는 첼로의 저음이 바닥에서 떨어진 느낌이었다.  피아노 소리도 좀 더 야위어지고, 잔 울림이 증가했다. 무대 크기도 약간 줄어든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소리가 투명해졌다는 생각은 들지만, 음악적으로 악기들이 서로 어울리는 통일성은 덜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은 앰프가 점차 워밍업 되어 감에 따라 개선되었다. 듣기로는 약 하루 이상 켜놓은 상태에서 특히 부드럽고 편안한 소리를 들려준다고 한다.

U2에서는 역시 로텔에 비해서 무대의 조명을 좀 더 밝게 켜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각 악기가 하이라이트되어 밝게 들리는 것이다. 보노의 보컬에는 생기가 돌고, 좀 더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인상이 된다. 고음으로 올라갈 때 로텔에서는 아주 여유롭게 부르는 인상이었는데, 여기서는 목에 더 힘이 들어간다. 악기 이미지와 전체 음장과는 분리되어 들리며, 일렉트릭 기타의 어택도 다소 예리해진다. 대신에 때로는 약간 딱딱하고 소리의 끝이 예각적으로 느껴진다. 구동력이 덜해서인지 총주에서는 다소 시끄럽게 들렸다.

소니 롤린스의 음반에서 색소폰의 소리는 다소 밝아졌지만, 아무래도 음장과 덜 융화된 느낌이다. 베이스와 퍼커션의 실체가 로텔보다는 상대적으로 숨은 것처럼 들리며, 울림이 지속되는 느낌이 들지 못하며, 음정이 약간 불분명하게 들리는 것 같다. 레퀴엠에서는 고음이 개방적으로 변해서 현의 뻗침이나 어택이 보다 리얼하게 들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음이 매끄러워졌으며, 피아노는 음색이 맑고 현 역시 매끄럽게 느껴진다.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에서는 로텔에 비해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약간 다른 공간에서 연주하는 것처럼 구분되어 들렸으며, 조용한 패시지에서는 유니코I의 단점인 노이즈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이는 볼륨을 작게 올린 상태에서라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

유니코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맑고 생생한 소리가 될 것이다. 음색은 둥글게 처리되며, 현과 피아노 보컬도 양호한 표현력을 갖고 있다. 단점이라면 음량을 높게 올렸을 때 노이즈가 다소 거슬리는 점, 최저역의 구동력이 다소 떨어지며, 저음의 해상도에서도 조금 손색은 있었다. 그리고 로텔과 마찬가지지만 예리하고 쿨한 소리는 내지 못한다는 점이 될 것이다.


Arcam DiVA A85

김)유니코 i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저음이 적었다는 느낌의 상대성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그것은 아캄을 염두에 두고 깔아둔 포석이었다. 유니코i에서는 저역이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아캄을 들어보니 유니코i는 저역이 많고 강한 편이었다. U2 노래에서는 드럼소리가 약간 답답했으며 소니 롤린스에서도 베이스에서 풀어진 소리가 들렸다.  이 점은 아캄의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아캄에게서 가장 강하게 받은 인상은 절제된 느낌이었다. 어느 곡을 연주해도 절제된 느낌이었는데 그것이 답답하거나 막혀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소니롤린스에서는 로텔과 많이 다른 재생음을 보여줬고 유니코와도 달랐는데, 거기서 들었던 절제된 소리는 오히려 듣기에 부담스럽지 않아서 편안한 종류였다. 그리고 절제되었다고 해서 어디가 막혀 있는 느낌은 아닌 것이,U2를 들어보면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고역이 시원스럽게 잘 뻗어나갔으며 이 점에서는 유니코 i보다도 더 상쾌한 느낌이었다.  다만 세 기기 중 치찰음이 가장 많이 들린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

아캄은 저역이 부족해서 그렇지 전체적으로 발란스가 잘 맞고 안정적인 소리를 내주었다. 멜로디의 흐름도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속도도 빠른 편이어서 소니 롤린스의 곡을 들었을 때 유니코 보다 저역은 부족했지만 속도감에서는 앞서나갔도, 셈여림 표현도 이 앰프가 할 수 있는 한계 안에서는 매우 뛰어났다. 

굳이 두 부류로 나누자면 로텔/유니코, 아캄 이고 얼핏 보면 아캄과 유니코는 뚜렷이 구분되는 점이 없어보이지만, 아캄은 유니코와 구분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아캄은 일단 스테이지 표현력이 좋다. 브람스 같이 첼로와 피아노만 달랑 나오는 곡만 들어보아도 거리감과 스테이지의 분위기가 잘 살아있다. 모짜르트나 슈만을 들었을 때는 이것이 더 잘 느껴졌는데, 레퀴엠에서는 유니코i같이 드라마틱한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사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아캄으로 들을 때는 마치 객석 약간 뒷편에 앉아있는 듯한 기분을 강하게 느꼈다.

아캄에서 좋았던 점 중 또 하나는 오케스트라까지도 잘 살려내주었다는 점이다.  해상력이나 오디오적 요소에 관계 없이 보통은 오케스트라의 연주음이 많이 뒷전으로 들리는데 아캄에서는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정말 잘 어우러지고 있었다. 이 점은 슈만의 피아노협주곡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세 기기 중에는 가장 발란스가 맞고 조화로운 피아노 음을 들려주고 있었다. 로텔은 피아노가 너무 도드라지고 유니코에서는 약간 묻혀있는 반면 아캄은 딱 적절하다 싶을 정도였다.

아캄은 절제됨 가운데서도 풍부하고 정확하며 반짝이는 표현력을 지녔다. 악기의 위치나 분위기 표현이 뛰어났고 앰비언스 형성도 좋았을 뿐 아니라 곡의 분위기나 느낌, 강약을 정말 잘 살려주고 있었다. 피아노협주곡에서도 오케스트라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가 잘 구분되면서도 따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 아니었다.

아캄은 저역이 부족하고 뭔가 화끈한 소리를 들려주지는 않지만 대신에 분석적으로 세세하게 파헤쳐나가면서 음악성도 잘 살려낸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박) 첼로 소나타에서는 예민한 현의 음색을 잘 살려주었다. 무게감은 가장 떨어지는 편으로 어택에서 에너지가 부족하게 들렸다. U2에서도 깨끗하고 단정하지만 소극적인 울림이었다. 이미지가 가장 선명하게 초점이 잡혀 있으며, 소리의 윤곽이 아주 예리하다. 에너지가 부족하여 보컬은 짜내는 것처럼 힘겹게 들렸으며 킥 드럼의 어택이 다소 형식적으로 리듬을 그려내고 있었다. 음장 크기도 작으며, 음량을 올리더라도 스피커를 완전히 드라이브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소니 롤린스에서는 악기 크기가 정확하게 그려지며, 음장 역시 투명하다. 초점이 잘 맞고 깨끗한 소리이며, 심벌즈의 소리도 공간에 여운이 퍼져나가는 순간이 잘 포착된다. 아주 비싼 일부 고가 하이엔드 제품의 투명하고 예리한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이 가격 대의 인티앰프 중에서는 대단히 우수한 편이다. 편하게 음악에 잠기기 보다는 이 앰프가 들려주는 뉘앙스에 집중하게 되고 긴장하게 되는 그런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심벌을 스틱으로 쳤을 때의 재질의 느낌은 아캄 쪽이 단연 뛰어났다. 금속성의 울림이나 여운이 아주 잘 드러났다. 하지만 킥 드럼의 중량감이 부족한 것은 정말 아쉽다. 

레퀴엠에서는 정격 악기의 야윈 음이 더 가늘어진 느낌이었다. 악기 숫자가 아주 줄어든 것처럼 들리는데, 대신에 연주 내용을 정밀하게 감상할 수 있다. 정교한 앙상블의 기교를 즐기도록 해주며, 여성 보컬의 섬세한 기교라든지 음색의 아름다움은 가장 잘 표현해 내고 있었다.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에서도 페라이어 특유의 영롱한 음색이 제대로 들리는 느낌이었다. 오케스트라의 현도 많은 악기가 모여서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소리의 결이 느껴진다.

아캄 A85의 장점은 투명한 음장, 핀 포인트 적인 이미징, 그리고 높은 해상도와 뛰어난 뉘앙스 재현이다. 이런 부분에서는 단지 가격대를 논하기 앞서 인티앰프라는 장르 전체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제품이다. 단점이라면 에너지가 부족하여, 말러나 현대 관현악곡 쪽에서는 손을 들어버린다는 것이다. 처음 이 제품을 들었을 때에는 스피커의 구동력이나 저음의 양에서 실망을 주었지만, 좀 더 듣다 보니 음악의 디테일한 내용과 뉘앙스에 어느새 귀를 기울이고 음악에 흡인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캄의 우수한 디자인, 뛰어난 기능이라든지 사용 편의성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넓지 않은 공간에서 소편성의 음악을 감상한다면 어느 제품보다도 좋은 선택이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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