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전문가 대담] 블루레이 vs HD-DVD(3)

hifinet 2007. 10. 2. 14:19

관심이 모아지는 타이틀들

최원태 : 이제 이야기가 거의 마무리 되어 가고 있습니다. 타이틀 이야기들을 조 해보지요. 화질 좋은 타이틀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타이틀이 어떤 것이 있습니까?

이종식 : 실사 영화 쪽에서는 가장 좋은 것으로 일단 캐리비안 해적 1, 2편 블루레이가 먼저 생각납니다.
HD-DVD 중에서는 원태님이 하두 많이 떨어뜨린 킹콩.(웃음)

최원태 : 제가 킹콩 많이 떨어 뜨렸지요. (웃음) 킹콩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떨어지는 그 장면은 실사 촬영과 CG가 한데 아우러진 부분으로 저더와 모션 블러를 동시에 확인하기에 아주 좋은 장면이어서... 아마 개인적으로 킹콩을 한 4~500번은 떨어뜨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웃음)

이종식 : 또 컴퓨터 애니메이션 타이틀들은 데모용으로 보면 다 좋아보이죠.

최원태 : 하지만 애니메이션들은 계조 표현을 볼 수 없으니까 일단 레퍼런스에서는 목록을 빼게 되지요.

이종식 : 치킨 리틀, 아이스 에이지, 오픈 시즌 등은 기본적으로 보면 꽤 좋다는 생각이 들지요.

최원태 : 전부 다 기가 막힌 화질들이지요. 일본판 이노센스도 그랬고, 또 해피피트도 있군요. "Scanner Darkly"도 실사로 분류는 되지만 사실 상 CG 영화로 봐야 하고요. 모두 다 화질은 매우 좋았습니다.

이종식 : 원태님은 실사 영화로 어떤 것들이 생각나십니까?

최원태 : DVD 시절에는 제 5원소가 레퍼런스 타이틀이었는데, 블루레이에서는 캐러비안 해적, 그 중에서도 2편이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5원소는 리마스터판이 새로 나왔지만 여전히 캐러비안 보다는 한 수 밀립니다. 유령신부 "Corpse Bride"는 HD-DVD, 블루레이 모두 출시되었지만 양쪽 모두에서 최상급 화질입니다. 패트리어트 블루레이가 또 꼽을만 하고요, 한글 자막도 있지요. 한 가지 빼 놓을 수 없는 타이틀이 바로 봉준호 감독의 "괴물"입니다. AVC로 25Mbps 전후의 매우 좋은 전송률로 나왔는데 미국에서도 화질 좋은 타이틀 꼽으면 꼭 목록 안에 들 정도입니다. 나중에 D-War도 높은 전송률로 블루레이가 나올까요?

이종식 : 괴물이 나왔으니까 D-War도 나오리라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MPEG-2 중에서 골라보면 "블랙호크다운"이 MPEG-2였지만 화질이 좋은 편이었고 같은 MPEG2인 "킹덤 오브 헤븐"도 좋았습니다.  캐리비안 해적이 AVC였고, 같은 코덱을 사용한 "X맨 3"나 "007 카지노 로열"도 화질이 좋았고요.  VC1으로 가면 "킹콩", 그리고 가장 놀라왔던 것이 흑백 영화 "카사블랑카"였습니다.  이 작품 하나 때문에라도 HD-DVD 플레이어를 사야 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뛰어납니다.  물론 카사블랑카 리마스터는 DVD 버전도 화질이 좋았지만요.
 
최원태 : 카사블랑카, 정말 좋습니다. 아주 깨끗합니다. 이렇게 오래된 고전 영화를 리마스터 해서 깜짝 놀랄 화질로 제공해 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에롤 플린의 "로빈 훗"(Adventures of Robin Hood)도 역시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이 영화가 마이클 커티즈 감독의 작품입니다. 1938년도 작이요. 70년 전 작품이지요. 그런데 에롤 플린과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를 보면 얼마나 그림이 깨끗한지 얼굴이 마치 요즘 젊은이들이 고전적인 의상 입고 나온 느낌을 줍니다. DVD로 리마스터 나왔을 때에도 놀랬는데, 이번에 HD-DVD로 나온 것은 더 좋더군요.
멜 브룩스표 코미디의 대표작인 "불타는 안장"(Blazing Saddles)도 참 뜻 밖에 화질이 좋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이 영화도 한 30년 넘은 영화인데 리마스터링을 굉장히 잘 했습니다. 아주 묘하게 옛날식 필름 그레인의 질감을 살리면서 깔끔하고 순도 높은 영상을 표현해줍니다. 이 작품은 블루레이로 출시되었습니다. 올드 무비 팬들은 한 번 구입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종식 : 리마스터에는 돈과 시간을 얼마나 들이는가 중요합니다.  카사블랑카나 로빈훗은 1940년대 이전 작품이니까 6~70년 지났는데도 1-20년밖에 안된 1980~90년대보다 작품보다 화질이 더 좋은데, 그 이유는 첨단 기술로 굉장히 꼼꼼하게 복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주요 작품들은 DVD 시절부터 심혈을 기울여 복원한다고 보이는데 인디애너 존스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 대부 시리즈 등등의 경우에서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대충 마스터링해서 출시하는 90년대 이후 작품보다 오히려 퀄리티가 좋습니다.
얼마 전에 80년대 작품인 엑스칼리버를 HD-DVD로 구입했는데, 같은 워너 타이틀이라도 40년이나 더 묵은 카사블랑카쪽이 비교가 안될 정도로 뛰어난 퀄리티였습니다.

최원태 : 말 나온 김에 몇 작품 더 추천 해 보지요. 얼마 전에 국내에서 뒤늦게 개봉되었던 영화 디센트(Decent) 같은 경우 AVC로 30Mbps 이상을 오가는 매우 높은 전송률을 보이는데 화질 체크용으로 쓸 만 합니다.

이종식 : BD 프로파일 1.0이기 때문에 인터랙티브 처럼 PIP를 지원하지 않는데, 마치 지원하는 것처럼 유사 인터랙티브 기능을 집어넣었습니다. AV적으로 디센트는 좋은 타이틀이지요.

최원태 : 영화 내용의 평가는 솔직히 둘째입니다. 솔직히 내용은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 작품이고요(웃음) 제가 이 영화를 즐겨 보는 목적은 기기들의 블랙을 체크하기에 안성맞춤이어서입니다.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을 동굴 속에 깜깜한 곳에서 이루어집니다.(웃음)

이종식 : CRT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거의 데모용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죠.

최원태 : 대개 B급 공포 영화들은 어두컴컴한 조명 하에서 암부를 적당히 뭉개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산을 줄이기 위해 어설프게 처리한 특수효과가 들키지 않게요. 그런데 디센트는 다릅니다. 전송률이 높기도 하거니와 암부 디테일이 굉장히 자세히 잘 나타납니다. 어두운 화면이라고 해도 암부가 디테일하게 묘사되면 시청자들은 아주 시원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밝은 장면에서의 시원함과는 다른 좀 더 깊이가 있는 희열이지요. 특히 저 같이 CRT 프로젝터를 쓰는 사람은 더더욱 이런 그림에서 만족감이 커집니다. 하지만 LCD 같이 근본적으로 블랙이 뜨는 디스플레이 기기에서는 오히려 짜증을 유도할 수도 있지요.(웃음)

블루레이의 경우 블랙 표현은 "디센트", 화이트 표현은 "Eight Below"를 많이 쓰는 편입니다. 남극의 설경이 화이트 클리핑 보기에 아주 좋거든요. 개인적으로는 HD-DVD "리딕"을 낮은 계조쪽의 표현력을 살펴 보는데에 또 많이 씁니다.

다큐멘터리 중에서는 디스커버리의 Atlas 시리즈가 모두가 다 화질이 좋았습니다. HD-DVD, 블루레이 모두 출시되었지요. 특히 이탈리아 편이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 점은 이종식님도 동의 하실 것으로 보는데요. 이제까지 출시된 모든 블루레이, HD-DVD 타이틀을 통털어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BBC의 "Planet Earth" Complete 시리즈 아닐까요?

이종식 : 그렇지요. 그런데 플래닛 어스는 개인적으로 참 아쉬운 점이 한글 자막이 안 되는 점입니다.

최원태 : 저도 그게 참 아깝습니다. 국내에서 만일 차세대 미디어가 제작되기 시작한다면 제일 처음 나와야 할 대표적인 타이틀이 이 작품 아닐까 싶습니다. 보신 분들은 전부 감탄하지요. 우선 내용이 기가 막히고, 화질도 놀랍고... 또 음질도 좋지요.

이종식 :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다큐멘터리는 나레이터가 Formal한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영어에 자신이 있으면 그냥 영어 자막으로 봐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플래닛 어스를 예로 들면) 수 많은 학명이나 곤충, 짐승의 이름이 나오는데 이런 것들은 영어 자막으로만 보면 자국어가 아닌, 공부해서 익힌 영어가지고는 계속 정지시키고 사전을 찾아야만 할 정도입니다.  그것도 꽤 크고 자세한 사전을요.  상식만으로는 커버가 안 되는 것이라서 자막이 꼭 필요한 타이틀입니다.  사실 영어가 모국어라도 학명까지 다 알기는 힘드니까 말이죠.

최원태 : 맞습니다. 한글 자막이 꼭 필요하죠. 하지만 자막이 없어도 대충 상황 파악이 되는 시퀀스도 꽤 됩니다. 그러나 역시 자막이 지원되어야 100% 작품 이해가 되지요. 미국판은 에피소드 11까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 11월에 UK 버전이 또 나옵니다. 에피소드가 2개 더 늘었더군요.

이종식 : 글쎄요, UK 버전에서는 한글 지원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최원태 : 지금까지 말씀 드린 것 이외에 "닌자거북이"가 HD-DVD, 블루레이 모두 화질이 좋았고 블루레이 쪽에서는 그 외에 "아포칼립토", "크랭크", "블랙 북" 등이 생각나는군요. HD-DVD 쪽에서는 "Hot Fuzz"와 매트릭스 시리즈 쪽도 구매 가치가 있습니다. "V for Vendetta"는 돌비 THD의 효과가 잘 드러나는, 그리고 화질도 좋은 HD-DVD 타이틀이었습니다.

차세대 미디어 시장, 국내에서의 전망은?

최원태 : 앞으로 이제 시장이 어떻게 변할까요? 일단 국내의 경우 도시바가 국내 근거가 없기 때문에, 하드웨어를 정식루트를 통해 구입할 방법이 없습니다. 삼성이나 LG에서 낼지 안 낼지 모르는 멀티 플레이어 정도가 고작이지요. 그렇다보니 자연히 HD-DVD 소프트웨어 시장도 국내에서는 열리기 힘들다고 보여집니다.

이종식 : 우선 플레이어 가격들이 내려가서 최소한 40만원 이하로는 떨어져야 하고, 블루레이나 HD-DVD가 한 쪽이 물러나지 않을 것 같으므로 당분간은 두 포맷이 다 되는 멀티 플레이어를 사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블루레이 전용 플레이어에서는 파라마운트 타이틀을 못보고, HD-DVD는 폭스나 디즈니 타이틀을 못 보게 되니까 말입니다.  두 포맷을 모두 구비하여야 할 때 매니아층이라면 과거 SACD, DVD-Audio 문제처럼 하나의 플레이어로 다 되는 것을 원할 것 같습니다.  멀티 플레이어의 가격이 지금처럼 80~100만원 이상이라면 대중화가 되기 어렵고 최소한 30만원 정도까지는 떨어져야 될 것 같고요.

최원태 : 제 생각으로는 30만원대 멀티 플레이어가 나오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AV 매니아라면 아마존이든 어디든 외국 사이트를 통해서라도 타이틀을 구입하지요.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한글 자막 문제입니다. 외국 타이틀 중에도 한글자막 지원되는 타이틀이 10% 가량은 됩니다만 역시 한계가 있지요. 프로파일 2.0을 통한 자막 문제를 기대하지만 그 것도 가봐야 아는 것이고요. 결국은 국내에서 어떻게든 타이틀들이 발매가 되어야 하는데 이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흐름이 서로 일치해야 합니다. 지금 플레이어들을 서둘러 구입하는 얼리어댑터들은 대개가 해외에서 소프트웨어도 적극적으로 사는 매니아층입니다. 이 분들은 블루레이와 HD-DVD 플레이어를 각기 따로 따로 구입하는 것도 불사하는 분들이지요. 이런 한정된 매니아층을 대상으로 수요가 얼마나 된다고 멀티 플레이어를 낼까 싶습니다.
삼성이나 LG같은 대기업에서 내 놓는 모델들은 모두 대중성을 겨냥하고 있지요. 그런데 현재 국내에서 HD-DVD 소프트웨어가 나올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몇 안 되는 멀티 플레이어 구매층을 대상으로 타이틀을 발매할 회사는 없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소프트웨어 제작사들이 DVD 시장에서 크게 한 번 데었기 때문에 차세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무척 신중히 볼 겁니다. 블루레이와 HD-DVD 두 포맷 중 하나만 내라고 해도 선뜻 안 나설텐데, 두 포맷 다 내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이지요. 당연히 하나만 선택할 텐데... 그렇다면 당연히 블루레이 선택합니다. HD-DVD로 내놓아 봐야 구매할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그렇다면 결국 국내 제조업체들도 자연히 블루레이 단일 포맷으로 나가게 될 겁니다. 그게 단가로 봐도 더 유리할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아직도 블루레이로 국내 시장은 통일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종식 : 동의합니다. 시장이 활성화되고 현재의 DVD 꼴이 안 나려면 복제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되는데요.  사실 BD 프로파일 1.1 이야기가 나와서 이야기지만, 블루레이 디스크와 HD-DVD가 모두 락이 풀렸습니다.  파일로 복제가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는 말이고 실제로도 현재 행해지고 있고요.  게다가 아까 원태님이 말씀하신대로 한글 자막 문제 때문에 디스크를 사는 것보다 불법 다운로드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부터 BD+ 라는 락이 새로 걸리는 모양이지만 사실 DVD 때와 약간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DVD는 디빅으로 압축하면 640MB 두 장짜리 CD에도 저장이 되고 그대로 저장해도 공 DVD 가격이 내렸기에 별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블루레이 타이틀만 따져도 캐리비안 해적이나 카지노 로얄은 45GB 정도의 용량이니까 다운받는 시간도 문제고 저장도 하드 디스크에 주로하니까 현재로서는 DVD처럼 심각하게 널리 퍼지지 않을 것이라 보여집니다.  물론 앞으로 다운 속도가 더 빨라지고 하드 디스크나 공 BD 미디어 값등이 지금의 1/10 정도로 떨어지는 때가 온다면 또 모르지만서도요.

최원태 : 미국에서는 광 랜 보급율이 떨어져서 그런지 이 복제 문제를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더라구요. 하지만 "한국적 특성"은 또 다르지요?

이종식 : 사실 처음에 디빅이 나올 때도 640MB CD 한 장 수준에서 보면 당시로는 용량이나 속도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이야 전혀 문제가 아니겠지만요.  당시 저는 미국에 거주중이었는데 영화 한편 다운 받는 것은 장난이 아니었죠.  하여튼 40~50GB가 별로 부담이 안 되는 용량이 되는 시절이 올지도 모르니까 용량 문제는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고  문제는 디스크를 안 사고 다운 받는 사람 중에서 한글 자막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불법이지만 다운받아서 PC로 재생하면 한글 자막이 된다... 이런 핑계가 분명히 이유가 되거든요.  복제 문제는 향후 한국에서 차세대 미디어가 정착하는데 상당히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최원태 : 한글 자막이라든지, 프로파일 문제는 국내에 제작사들이 많아지면 자연히 해결이 될 문제입니다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디지털 컨텐츠는 공짜로 봐도 괜찮다"는 마인드이지요.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과연 누가 이 시장에 들어오려고 할까요?

이종식 : 또 다른 문제는 한국에서 영화는  빌려본다는 생각이 많습니다.  음악 CD는 구매해서 여러 번 들어도 한 번 본 영화 다시 안 본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빌려보거나 다운받아 보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매니아들은 좋아하는 작품은 당연히 소장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본 영화를 몇 번이나 더 보겠다고 사냐고 생각할 수 있지요.

최원태 : 불법 다운로드 보다는 빌려보는 게 차라리 낫지요. 한편으로는 그렇게라도 됐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DVD가 처음 시장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 꼭 10년 전인 97년입니다. 그때 DVD의 진행 정도가 꼭 요 정도 상태였습니다. 마침 그때 국내 시장은 IMF를 만나서 첫 태동기가 자연스럽게 3~4년 뒤로 늦춰졌지요.

이종식 : 그 때를 돌이켜보면 원태님은 한국 상황이 좀 더 예상이 잘 될 지 모르겠습니다.  말씀드렸듯이 그때 저는 미국에서 살고 있었는데 미국 같은 경우는 소장 개념이 있어서 초창기부터 DVD가 상당히 빨리 정착했습니다.  블루레이가 지금 150만대 보급되었다고 하는데 1000만대가 되는 시점이 빨리 당겨지면 미국 내에서 의외로 블루레이가 DVD처럼 빨리 자리를 잡을 수도 있겠습니다.  미국에서 성공하면 결국 주변의 한국이나 유럽도 DVD처럼 자리를 잡을 수 있겠지요.

최원태 : 어느 자료 조사에 따르면 2007년도에 판매되는 블루레이와 HD-DVD를 전세계 합쳐 약 300만대 정도로 보고 있더군요. 하지만 2008년도에는 1000만대 정도로 크게 늘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 이듬해인 2009년에는 2008년의 두 배가 넘는 2100만대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 조사기관의 예측이 맞다면 본격적인 차세대 미디어의 붐은 2009년을 기점으로 피크를 이루기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 타이틀들이 왕성이 나오는 시점, "화려한 휴가", "디워" 같은 국내 작품들이 극장 상영 후 차세대 미디어로 곧바로 제작되는 시점도 2009년 경쯤 되면 널리 퍼지게 될 겁니다. 우선 그 전에 2008년 경에는 시범적인 몇몇 타이틀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역시 직배사를 통한 외국 출시작의 수입품이 대부분을 이루겠지요.

이종식 : 순조롭게 되려면 블루레이와 HD-DVD의 포맷 전쟁의 추이, 가격 하락, 불법 복제 및 다운로드 문제와 한국 소비자들에 영화 소장 개념이란 것에 대해서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이 됩니다.  HDTV의 보급도 더욱 확산되어야 하고요.  우리같은 매니아가 좀 더 좋은 환경과 가격에 취미 생활을 영위하려면 귀찮겠지만 계몽 같은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원태 : HD-DVD와 블루레이의 포맷 전쟁은 앞으로도 꽤 오래 가겠지요. 이미 타협은 못 하는 것이고, 어느 한쪽이 무릎 꿇을 때까지 가는 건데요. HD-DVD가 최근 발표한 트리플 레이어 방식의 51GB짜리 HD-DVD 새 포맷도 태풍의 눈입니다. 이제와서 완전히 HD-DVD를 싸그리 새로 뒤엎겠다는 발상입니다만, 어쩄든 HD-DVD 진영으로서는 지금 뒤로 물러설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의 결과로 여겨집니다. 그런 걸 보면 꽤 오래 갈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처럼 5;5의 균형은 아닐 것 같고... 조만간 메이저와 마이너가 갈릴 겁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아주 길게 꼬리를 물고 포맷 전쟁은 계속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종식 :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다 보니까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장시간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원태 : 이종식님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오늘 유익한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